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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마음거울

<제49호> 무엇을 어떻게 내려놓아야 하는가... _ 임경미(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0. 6. 16.

뜨겁게 내리는 5월의 햇살은 마치 한 여름을 느끼게 한다. 이르게 찾아온 더위로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그 가벼운 무게만큼 마음도 가볍게 아무 생각 없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그러나 현실에서 다 내려놓고 누구도 생각지 않고 오직 나만을 생각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오지랖이야, 오지랖눈 감고 지나가고 안 보려하면 될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도 병인 듯하다. 5만의 인구의 인권을 지키겠다는 인권조례가 지난해(2015) 6월에 입법예고가 된 적이 있다. 인권조례의 내용을 보고서 그냥 있을 수 없을 만큼 논의가 필요했다. 몇몇의 같은 생각을 갖은 이들과 함께 이의 의견서를 내고 기자회견과 함께 답변을 요구한 바가 있다. 그 이후 이의신청 내용과 의견서를 적극 반영하여 재검토후 함께 논의를 하겠다던 담당자는 그렇게 돌아간 이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그렇게 8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지난(2016) 2월 인권조례안이 재 입법예고가 아닌 신규 입법예고로 은근슬쩍 올라왔다. 인권조례안 내용은 별 수정 없이 그대로 말이다. 어떤 생각으로 이런 것일까? 그들의 생각이 무언지 며칠을 고민했던 것 같다.

 

5만의 인권을 다루는데 이렇게 쉽게 주민의 의견을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라서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한 일 일까?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봐야하는 인권, 하지만 인권조례안 어느 곳에서도 소수약자의 인권들은 담겨져 있지 않았다. 인권조례안을 함께 고민하던 한 분이 고민 끝에 주민들에게 알리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입법예고가 올라와 있는 게시판과 지역언론의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자 주민들의 의견이 하나, 둘 올라오고 각자의 생각들이 공론화 되자. 인권조례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고 한다. 수화기 너머로 담당자의 답답한 변명은 깜빡 잊고 있었다며 미안하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담당자가 바뀌지도 않고 우린 여기 그대로 있는데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유령도 아닌데 말이다. 정말 우리를 잊고 싶었으면 모르겠으나... 게시판에 글을 올린 분은 게시판의 글쓰기를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 많은 주민들이 함께 고민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란다. 5만의 인구의 인권을 몇몇의 사람들의 의견만으로는 담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다. 여러 차례의 주민공청회와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고민들을 주고받으며 천천히 두드려보고 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인권이란 말 그대로 가장 낮은 곳에서 지켜줘야 하는 인권으로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힘으로 휘두르는 인권은 권력이지 인권일 수 없다.

 

간혹 눈 질끈 감고 모른 척 하고 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면 마음 편히 살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버린 후부터 마음신호등에 자주 붉은 불이 켜진다. 습관처럼 쓰던 단어에도, TV광고에서도, 그냥 웃으며 보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마냥 웃지 못하고, 그냥 넘지 못하는 까칠녀가 되고 오지랖 넓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마음의 붉은 불이 자주 켜지다 보니 몸에도 붉은 신호등이 켜졌다. 오뉴월 감기는 멍멍이도 안 걸린다는데 난 오뉴월 감기와 사투를 벌인다. 주체할 수 없는 콧물과 기침, 으스러질 듯한 뼈마디 마디의 통증과 열감... 무엇을 어떻게 내려놓아야 하는가? 를 생각하는 하루이다.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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