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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2호> 삶을 책임진다는 것은 _ 유명선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0. 8. 7.

화요일 오전에는, 청주에서 꿈집단을 가진다. 소수 인원이라 집단을 마치고, 자연스레 식사와 담소를 위한 자리가 마련된다. 그렇게 꿈집단은 중반을 넘어섰고, 우리는 꽤 친밀하고 편안해졌다.

어느 날, 집단원 한분이 집에 열대어 구피를 키우는데, 지나친 빠른 번식으로 수가 급증하여, 여간 곤란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별다른 고민없이, 몇 마리 분양받겠다고 나섰다. 마침 나는 동·식물에 특별한 관심이 뻗치는 시기이고, 또 물고기 몇 마리쯤이야...

 

그리하여, 지난 화요일, 구피 8마리가 내게로 왔다. 피티병에 담겨 있는 구피들은 꽤나 사랑스러웠다. 아쉽게도, 주거지를 바꾼 첫날 한 놈은 급하게 저 세상으로 가버렸고, 나머지 일곱 마리는 사이좋게 아옹다옹 지내고 있다.

조심스럽게, 집으로 모셔오던 첫날, 책상위에 놓고 보니, 은근하게 걱정이 앞섰다. 먹이를 사자면 마트까지 가야되는데.... 피티병에 계속 놓아둘 수는 없는데... 그럼 조그만 어항이라도 사야겠네... 물을 갈아줄 때는 어떻게 하나... 직접 손으로 이 녀석들을 만져야 하나... 수돗물은 안되니까 미리 받아 놓아야겠구나..... 수족관은 어디서 찾나... 이런 자잘한 걱정꺼리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근심스런 눈빛으로, 좁은 피티병안을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는 구피들을 바라보자니, 갑자기 픽 웃음이 났다. ‘이렇게 작은 생명들 몇마리 건사하는데도 불안과 염려부터 앞서는구나싶었던 것이다. 이 구피들의 생명 유지를 위해, 앞으로 내가 쏟아야 할 정성과 관심이 새삼 부담으로 전해졌다.

 

바쁘다는 핑계로, 마트까지 가는 번거로움으로 계속 밍기적거리다가는, 자칫 이 녀석들은 모조리 아사하겠다 싶은거다. 다행히도 동생에 따르면, 집에서 2분거리에 수족관이 있다는 것이다. ... 진짜로 우리 집 근처에 수족관이 있었단 말인가..... 나 참... 그렇게도 수없이 지나친 거리인데... 어쩜 그렇게도 무심할 수 있는지.... 이런게 새로운 세상의 발견아닐까? 참말로 시선은 마음이 머무는 거기에 있구나.

 

수족간에서 작은 어항과 먹이를 사고, 주인으로부터 설명도 좀 듣고 나자, 든든함이 올라오며 막 신나는거다. 귀차니즘은 저 멀리 밀려나고 대신에 ... 이 구피들은 내게 올 운명이었나보다라고 스스로 자위까지하며 가게를 나섰다. 먹이를 뿌려 주자, 녀석들은 먹이를 찾아 연신 입을 꿈벅거리고, 나의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사람마음이란게 제일로 믿을게 못되지만... 이리도 쉽게 변한다. ‘

 

누가 구피를 키우겠다고 선택했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나요. ‘누군가의 강요때문에 구피를 키우는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당연히아니오. 그럼 왜 구피를 키울 결심을 하게 되었냐라고 묻는다면, 구구한 얘기는 일절 접고, 그 출발은의 선택이다. 물고기에 대한 호기심과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고픈 내 마음의 작용이었다.

다시 말해, 그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거나, 등떠민 사람은 없었다는 얘기다. 충동적으로 한 선택이든 뭐든, 선택과 결정은 전적으로, 오롯이 내 의지였다. 그런데 삶을 살아가다보면, 이 중요한 진실을 나는 자꾸만 놓친다. 그리고는 삶이 내 기대를 배반할 때마다, 다른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탓하고 원망한다. 그런 식으로 삶의 준엄한 책임으로부터 면피하려는 헛된 수고를 멈추지 않는다.

 

삶에서 늘 그랬던 것 같다. 그건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라고, 억울하고 분하다고. 그러나 찬찬히 돌이켜보면, 삶이란, 매순간의 선택과 결정의 비빔밥 같은거다. 단 한번뿐인 내 삶의 반짝반짝한 생기와 윤기와 기쁨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오랜시간, 좌충우돌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그래서 나의 선택과 결정, 그리고 그 결과에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겠다. 조금 더 신중하기를 다짐하며, 실수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계속될테고, 지금으로선, 어이없는 자책골은 겨우 면하는 정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의 모든 선택과 결정에는, 반드시 감당해야 할 나의 몫을 다시 한번 명심해 본다.

 

나와 구피의 동거는 현재 순항중이다. 오늘 아침도, 이 녀석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 ? 배고프니까. 사람이나 동물이나 배고픈건 못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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