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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

<103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열 번째. -상상 ; 내가 상상하는 것이 나를 끌어간다._잔디(允)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1. 1. 6.

혼자만의 머릿속에서 빙빙 돌기만 하는 노래도, 동시도, 첫 단어, 첫 구절, 첫 소절 몇 글자, 몇 마디가 시작되면 그 시작을 따라 술술 노랫가락이, 재미난 표현이 따라 나옵니다. 내 안에 담겨있던 혹은 나에게 잠시 찾아온, 생각들이 노래가 되어, 동시가 되어 훨훨 날아다닙니다. 혼자 만들고, 부르며 철철 울다 완성되는 노래도 있고, 써놓고 혼자만 키득거리는 글도 있지만, 때론 위로가 필요한 어떤 이에게 들려주고는, 그의 눈물을 닦습니다. 동시 백 편을 쓰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소문을 들은 후 매일 밤, 엄마 씻었어? 엄마 시 썼어? 라고 묻는 아이가, 엄마가 써놓은 짧은 시를 읽어보고는, ~ 괜찮은데 하기도 합니다(뿌듯~!). 시 속의 표현과 일상의 상황이 만날 때, 시 속의 몇 구절을 동시에 읊조리며, 재미있어 눈물 나도록 눈 마주치며 웃기도 합니다. 마음 놓고 울어도 괜찮은 순간들, 두려움 내려놓고 배를 잡고 웃으며, 웃다가 웃다가 눈가의 눈물을 닦아내는 순간들. 그 순간이 혼자여도, 둘이어도, 다섯이어도 그저 좋은……. 스스로의 작업으로만 쌓아두었던 노래를, 시를, 혼자만의 것으로 움켜쥐고 있지 않아서, 혹은 부끄러움 뒤에 숨어 있지 않아서 더 좋은 순간들. 잘 불러서가 아니라, 잘 만들어져서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에 노크하는 그 노래, 서로의 두려움과 불안을 달래는 과정에서 함께할 수 있는 도구로써의 그것. 그것을 공유하는 한 때. 유창해서 함께 즐길 수 있다기보다 빈틈이 있어서, 즐기며, 그 빈틈을 이야기로 함께 채워가고, 그 빈틈으로 새어나오는 에너지를 덩쿨 손 삼아, 지금이라는 줄기에 의지하여, 걸어온, 견디어온, 2020이라는 이름의 시간. 벌써, 11월 스무 며칠, 오늘.

 

그 친구가 자신이 공부한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 말해주기 전까지는 까맣게 몰랐다. 읽지도 못하고 쌓여가는 책들... 읽지도 못하는데 꾸역꾸역 자꾸 사게 되는 책들... 쌓아놓고 제목만 바라보다 일 년, 이 년을 넘기게 되는 저 책들... 빌려와서는 쌓아놓고만 있다가 대출 기간이 다하면 다시 반납하게 되는 도서관 책들... 그들을 쌓아놓는 나의 이유를... 알아버렸다. 내 불안과 두려움으로 통제하고 싶은 나 혹은 상대를,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을 책을 통해 대리만족하려 했던 나의 생각을, 나에게 들켜버렸다. , 버리지 못하는 저 옷들. 물건들. 책들. 낙서들의 다른 이름이 두려움과 불안이었다니... 집안 곳곳에 있는 내 두려움의 잔재를 보고 있자니, 누군가의 책 제목처럼, 어느 순간엔 차라리, 불안이 위안이지 싶기도 하다. 역설적이지만....

 

창문

하얀 달빛 아래 아이와 함께 걷네.

반딧불이 찾아서.

하얀 달빛 아래 아이와 함께 걷네.

반짝이는 조약돌 찾아서.

깊이를 알 수 없는 밑바닥

삶이란 흐르는 강을 타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날마다 아이에게 배우고 있는 우리.

두 눈과 두 팔과 부드러운 언어와 가슴으로 사랑을…….

사랑이란 따뜻한 빛으로, 서로를 비추며,

빛날 때, 굳은 가슴 깨어져,

모든 것을 비춰주는 창문이 되어,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하얀 달빛 아래 아이와 함께 걷네.

반딧불이 찾아서

하얀 달빛 아래 아이와 함께 걷네.

반짝이는 조약돌 찾아서…….

 

충고

상대가 조언과 충고를 해 달라고 할 때조차, 독이 되는 그것. 말해 놓고 내 발등을 내가 찧는 그것. 결국 내가 뱉은 그 말의 주어는 결국 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그것...,

 

커피

오후에 마시다 남겨 밤새 식었어도 아침이면, 아까워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몸에 좋은 약처럼 머그잔의 바닥이 보이도록 끝까지 탈탈 털어마시게 되는, 하루 종일 교실에 바뀌어 들어오는 사람들을 만나다, 오후 네 시쯤엔 다시, 그리워지는 따뜻한, 학교 다닐 때 백 원 넣으면, 자그마한 종이컵에 까맣게 나오던, 한 잔 들고, 국화 화분을 바라보며 도서관 앞에 서서 함께 웃던 이십 몇 년 전의 정은이를 추억하게 하는, 출근 시간 임박하여 물 한 번 붓고, 옷 입고, 물 한 번 붓고, 양말 신고를 반복하며 내려먹곤 하던 것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고요할 때, 살며시 물 부어내리니, 여유와 함께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의 재구성이 나를 보살피는한 방법이 구나를 보게 하는 그것은, 바로 커피.

 

하마터면

삶이 힘들다고 생각되어, 어느 한 날, 죽을 각오로 산에 올라, 어느 나무에서 일을 진행할까 살피고 있는데, 멧돼지 떼가 줄 지어 어슬렁어슬렁 내 곁으로 다가온다면, 멧돼지에게 나 잡아드슈 달려들 것인가, 얼음땡 놀이 할 때처럼 가만히 얼음 상태로, 숨죽이고 서 있다 멧돼지 떼가 물러간 후, ‘하마터면 죽을 뻔 했네할 것인가, (들은 이야기)

걸려 넘어진 생각을 돌아보고, 다시, 살아갈 힘을 낼 것인가...(방금 생각난 문장) 선택이, 상상이 나를 하루하루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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