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 1248회‘단칸방의 유령들’을 시청하면서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관심 있게 살펴보았던 주제들이 모두 응축되어 복지사각지대라는 비극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빈곤, 신체적/정신적 질병과 장애가 심화시키는 사회적 고립, 건강을 악화시키는 열악한 주거 및 불충분한 냉난방과는 반대로 낮은 의료접근성, 스스로의 수급자격을 증명해야 하는 신청주의와 선제적으로 지원을 차단하는 부양의무자 제도 등. 시설 퇴소 아동과 다문화가족의 비극도 마음이 아팠다. 복지사각지대는 우리 주변에 어디든 존재한다. 단지 보이지 않을 뿐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해링턴은 일찍이 1962년에 <또 다른 미국>(The Other America)이라는 책에서‘보이지 않는 빈곤’이 존재한다고 썼다. 비숙련 노동자,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노인, 소수자들이 대표적인 집단이다. 그는 빈곤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가난한 사람들이 정치적인 힘이 없고,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데다가, 밖에 나올 때는 그나마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좋은 옷을 입어 다른 사람들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이클 해링턴이 지적한 것처럼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는 누가 도움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가려내기 쉽지 않고, 사회적 약자들이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어 있어 고립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사야 벌린이 말한 것처럼 남에게 간섭받지 않고 무언가 하지 않을‘소극적 자유’도 자유의 범주에 포함된다면, 스스로 고립을 도피처로 선택한 사회적 약자들의 영역을 강제로 침범하는 것도 당사자들에게는 고통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더욱이 사회적 약자들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필요한 서류는 무엇이며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낯 두껍고 영리한 사람들만이 혜택을 누린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편견은 다시금 수급자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킨다. 그러나 어려운 사람 스스로 자신의 어려움을 입증해야 하고, 그러면서 가족사와 같이 감추고 싶은 민감한 정보까지 공개해야 하며, 그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탈락될 가능성이 높은 제도의 문제가 핵심이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언급한 것처럼 부양의무자제도의 폐지 등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 예산과 인력의 확충이 꼭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빈곤, 질병, 장애 등의‘특성’을‘결함’으로 인식하여, 약자들이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도록 하고, 약자들을 구분짓고 배척하는 문화와 풍조를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 단순히 수동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어렵다. 문제해결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며 고립이 심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원의 목적은 수급자들이 온전히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피터 타운젠드가 60년 전에 이미 이야기했듯이, 인간은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아갈 수 없다. 직장과 가족, 공동체의 관계망 속에서 가해지는 압력에 대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고립된 이들이 다시 관계망을 회복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돕는 것이 꼭 필요하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 장애를 가져도, 외국 출신이어도, 한부모여도 어떠한 핸디캡 없이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에 참여하며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동체가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의 가슴에 깊이 아로새겨진 무시, 차별과 냉대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다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은 요원한 과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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