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몇 달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더욱 두드러지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과거 서울시의 시민단체 육성은 영국 보수당의 정치에서 일정한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올리버는 어떻게 세상을 요리할까?’라는 책에 잘 나와있다). 지난 2010년 13년간의 야당 생활 끝에 정권을 되찾은 영국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사회는 없다’는 마가렛 대처의 차가운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커다란 사회’(Big Society)라는 구호 아래 시민사회, 지역공동체와 사회적 경제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시민단체는 어떤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미움을 받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일부 대형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정치적 진로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최근 들어 명망 있는 몇몇 단체에서 후원금 사용과 투명한 회계와 관련한 문제가 불거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당연히 시민단체라고 해서 문제제기나 비판의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그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시민단체가 활동하는 공간인 시민사회를 이른바 ‘제3섹터’(the third sector)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국가와 시장이 포괄하지 못하는 비공식적·자발적인 모든 것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자원봉사단체, 종교시설, 조합, 협회 등도 마찬가지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시민사회는 좋은 지역사회의 근간이다. 영국의 사회정책학자인 마틴 포웰은 복지의 네 기둥으로 국가, 시장, 가족, 그리고 시민사회를 지목했다. 이 네 기둥이 ‘복지혼합’(welfare mix)을 통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는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시민사회는 개인, 가정, 시장과 공적영역이 커버할 수 없는 부분들을 담당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옆집 이웃이 누구인지 대화를 나눠보기도 쉽지 않다.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기에 걱정을 하면서 폐를 끼치지 않기만 바란다. 거의 운의 영역에 가깝다. 이미 수 십년 전에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Robert Putnam)은 <나 홀로 볼링>이라는 저서에서 전통적인 미국의 지역공동체가 약화되고 고독한 개인이 늘어가는 현상을 분석했다. 고독한 개인이 늘어날수록 공동체는 황폐해지고, 그 악영향은 가난한 동네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아이들은 가정, 어린이집이나 학교 뿐 아니라 동네환경으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살기 좋은 동네는 어떤 이웃이 있느냐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황폐한 공동체에 사는 아동은 행복감이 낮은 반면 흡연, 음주, 과식 등 건강에 나쁜 행동에 빠지기 쉽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하는지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돈 되지 않는 일에 시장이 나서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제한적으로 공공부문을 팽창시키거나 관제 동원을 통해 인위적으로 공동체를 복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시민들의 자발적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방식이 될 수 밖에 없다.
몇주 전 지역에서는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경제똑똑!! 머니팡팡!!"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경제활동에 대한 강의를 듣고, 직접 상품을 만들어 팔아 기부를 하는 경험을 했다. 필자는 지역사회의 활성화를 위해 이러한 시민단체의 소소한 활동이 장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역에서 일하는 한 지역사회를 풍성하게 만드는 자발적 활동에 열심히 참여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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