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통증의학과, 외과, 피부과를 번갈아 가며 다니고 있다. 공 세 개를 손에서 팽팽 돌리며 저글링 하듯, 일주일에 병원 세 군데를 돌고, 돌고 돈다. 최근 1년 사이 입원도 세 번이나 했다. 이 정도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수준이다. 서른을 기점으로 병원에 드나드는 일이 잦아졌다. 몸을 혹사한 탓인지 나이를 먹어가는 탓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어찌됐든 면역력과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걸 몸으로 체감한다.
정확히 29살이던 해 12월이었다. 6개월간의 수습기자 생활 막바지에 대상포진에 걸렸다. 처음에는 목 주변에 뭐가 빨갛게 올라오더니 작게 군집을 이뤘다. 그냥 여드름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는데, 군집의 크기가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는 뉴스 화면에 보일 정도가 됐다. 피부과를 찾아갔다. 병을 사소히 여기는 나와 달리, 군집을 유심히 살펴본 의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의사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술 먹지 말 것, 숙면할 것, 스트레스 받지 말 것. 그 세 가지는 수습기자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것이었다. 최대한 약물 치료에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습이 끝나고도 꽤 오래 약을 먹고 나서야 대상포진은 완치되었다.
작년부터는 사마귀 치료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대상포진과 마찬가지로 면역력이 떨어져 사마귀 바이러스가 번지는 것이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얼굴과 몸에 사마귀가 있었는데 피부색과 똑같아서 잊고 살았다. 그런데 두 해 전부터 사마귀 색깔이 검게 변하더니 급격히 전신에 번지는 것이 아닌가. 이러다 달마시안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껴 또다시 피부과를 찾았다. 사마귀 치료는 극도의 공포를 동반한다. 수많은 사마귀들을 레이저로 지지고 있으면 내가 왜 돈 주고 이 짓을 하고 있는지 ‘현타’가 오는 것이었다.
작년에는 본격적인 입원 라이프도 시작됐다. 지난해 여름, 대학병원에 입원해 난소에 생긴 6.1cm짜리 혹을 제거했다. 건강검진에서 이상소견을 받은 뒤 몇 달의 추적검사 끝에 결국 수술을 받은 것이다. 생애 첫 입원, 첫 수술이라 긴장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면회가 안 되어 일주일간의 입원이 몹시 적적했으므로, 다시는 입원을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그 다짐을 비웃기라도 하듯, 7개월 만에 나는 다시 병원 침대에 누웠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지난해 입원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2주간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생활을 했다. 코로나가 한창 심각한 때였던 터라 무척 자주 체온을 쟀고, 밖에 나가거나 외부인을 만나지 않는지 간호사들에게 시시각각 감시를 당했다. 퇴원하기 위해 짐을 싸며 생각했다. 정말로, 다시는, 절대로 병원에 입원하지 않겠다고, 정말 건강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그러나 우습게도 나는 3주 전, 불과 4개월 만에 또다시 병원에 실려 갔다. 회를 먹고 장염에 걸린 것이다. 좋아하는 선생님이 사주신 회를 잔뜩 먹었는데 회 속에 균이 있었던 모양이다. 일주일간 송장처럼 병원에 누워 있다가 간신히 살아 돌아왔다.
골골대는 내가 측은했나 보다. 이틀 전이 생일이었는데 지인들이 종합비타민, 홍삼, 유산균 같은 선물을 보냈다. 잘 챙겨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병원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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