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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

[입장] ‘위드 코로나’ 이전에 필요한 것은평등하고 존엄한 권리가 보장되는 ‘인권적 방역대책’입니다.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1. 10. 7.

 

코로나 19 팬더믹과 거주시설 생활인들의 삶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영업자의 위기와 경제 불안을 근거로 통제에 기반한 방역정책을 전환하고 일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위드 코로나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보건-의료인과 방역지침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희생을 의무적이고 지속해서 강요하며 이루어진 것이 대한민국의 방역의 현실입니다.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고 자부심을 느끼지만, 공동체를 생각한 시민들의 방역 참여로 인해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거주 시설 생활인(장애인, 노인, 아동 등)은 코로나 팬더믹 이후 감금과 같은 삶을 살고 있으며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거주 시설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것은 사실입니다. 코로나 19에 영향을 받은 나라 중 시설 관련 사망자가 전체비율의 42%~57%에 달한다는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보고서가 2020429일에 발표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코로나 19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시설이나 병원에서 감염되었습니다. 이는 집단생활과 시설의 폐쇄성에 따른 구조적 원인에 의한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일정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거주 시설에서의 거리 두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에 의한 수백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정신 장애인 거주 시설에 해당하는 청도대남병원의 경우 114명의 확진자 중 폐쇄병동에서 10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서울 송파신아재활원, 경기 아름다운 파주 누리 집 등 중대형 거주 시설에서의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장애 인권운동가들의 저항이 있기 전까지는 코호트(공동) 격리를 시행하고 코로나바이러스 속에 수많은 사람을 방치했으므로 집단감염의 책임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코로나 감염과 확산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돌렸습니다. 거주 시설 생활인, 종사자에게는 백신접종을 가장 먼저 일방적이고 의무적으로 시행했습니다. 그런데도 거주 시설의 생활인은 현 방역 3, 4단계에서 외출과 외박이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소풍, 문화공연과 같은 공식적 외부행사 역시 기약 없이 중단되어 시설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설 외부의 사람들과 접촉 역시 극도로 제한되며 명절 기간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 해 일정 시간 동안의 면회만 허용했을 뿐입니다. 거주 시설 생활인들이 커피 한 잔을 마시러 나가는 일조차 시설종사자들의 선의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19를 명분으로 인권 침해를 정당화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2021년 현재 거주 시설 생활인들의 기본권은 보호와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침해받고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문 3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는 거주 시설 앞에서 멈춥니다. 시설 밖에서는 백신 접종을 하려는 사람과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있지만 아직은 자기 결정권에 따른 정보와 판단 속에 접종의 선택이 가능합니다.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 보장의 의무가 있는 정부는 백신 접종을 권고할 수 있을 뿐 강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거주 시설의 경우 집단생활이라는 미명하에 접종에 대한 선택은 거론조차 어렵습니다. 흔히 나타나는 백신 부작용에 관한 이야기도 거주시설 생활인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세계인권선언문 2조와 대한민국의 헌법 111항에서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명분으로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시설 생활인들은 코로나 19가 확산된 2년 동안 외출 금지와 활동 중단, 예약을 통해서만 만남이 가능했습니다.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 헌법 제 34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방역을 이유로 기본권을 침해하며 감염의 위험을 감금통제로 대응하는 것은 반인권적인 방역 대책입니다. 2021721, 경기 장애인차별폐연대 등 9개의 시민단체는 그 어느 법령도 장애인, 요양, 아동시설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기본권을 포괄적, 상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과 직권조사를 요청하였습니다.

 

활동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들은 코로나 확진 후 어떠한 정책적 대안 없이 방치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하여 장애인권운동가들은 돌봄의 공백을 막고 코로나로 인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저항했습니다. 그 결과로 202011월 만들어진 장애인 감염병 대응 매뉴얼에는 돌봄 공백 대응 방안 및 코로나 19 확진 시 적절한 공간에서의 분산조치 내용 등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매뉴얼의 내용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충청북도와 청주시도 마찬가지로 장애인 감염병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근거법령 없이 거주 시설 생활인들의 기본권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거주시설생활인에 대한 인권적 방역 조치 없는 ‘위드 코로나’ 불가능합니다.

 

 

거주 시설 생활인들의 기본권은 집단수용이라는 구조적 환경의 개선을 통해 보장될 수 있습니다. UN 장애인권위원회는 UN장애인권리 협약 10(건강권), 11(위험 상황에서 인도적 차원의 긴급사태), 19(자립생활 및 지역사회 동참)에 따라 팬더믹 상황에 집단감염과 인권침해의 우려가 높은 시설 거주 장애인이 단기간 시설 밖에서우선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물적, 인적 자원을 제공하는 긴급 탈시설을 각국에 권고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코로나 팬더믹 이후 지속적으로 긴급 탈시설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으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도 대구시에 올해 초와 6월에 긴급 탈시설을 제안하였습니다. 하지만 충북도와 청주시는 긴급 탈시설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021225일 국회에서는 장혜영 의원을 중심으로 코로나 19발생 시 긴급 탈시설을 의무화하는 감염예방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충청북도와 청주시 역시 더 늦기 전에 장애인감염병대응 매뉴얼의 현실화 방안과 긴급 탈시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간 K-방역의 그늘에 가려 어떤 이야기도 꺼낼 수 없었던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제대로 된 위드 코로나를 위해서는 배제되는 사람 없이 모두 함께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거주시설에 대한 인권적 방역조치 없이 절대 모두 안전해질 수 없습니다. 정부와 충청북도, 청주시는 거주 시설 생활인들에 대한 통제적인 방역지침을 멈추고 기본권의 침해 없이 일상으로 함께 복귀할 수 있는 인권보장 방역지침으로 적극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인권연대 숨

20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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