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권연대 숨과 함께하는 도시쏘댕기기 <골목길에 스며들다>는 일신여고 뒤쪽에 위치한 탑동 동산교회에서 출발하여 청주대학교 입구까지 이어지는 골목길(이면도로)을 함께 걸어보았습니다.
2022년 11월 완공 예정인 원건설_탑동 힐데스하임 아파트 건설 현장의 울타리가 골목길 한쪽 면을 따라 쭉 이어집니다.
탑동의 옛 정취가 남아있는 골목길 주택과 아파트 공사 현장이 매우 이질적입니다. 골목길과 새로 지어질 아파트 단지를 가르는 현장 울타리는 앞으로 더 쪼개지고 구분 지어질 도시의 모습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골목길만이라도 자유롭고 안전하게 보행자들이 향유할 수는 없을까요?
도로 양쪽, 더 좁은 도로는 한쪽 주차된 차가 많습니다.
그나마 오늘은 주말이라 평일보다 주차된 차량이 적다고 합니다. 주차된 차들로 인해 사실상 일방통행입니다. 보행자가 골목길을 다니기 위해서는 차가 올 때마다 주차된 차들 사이 속으로 아슬아슬 피하며 걸어야 합니다. 보행자가 맘 편히 이동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평일이면 주차된 차로 가득한 골목길이 오늘은 제법 넓습니다. 덕분에 대로변 인도보다 걷기 편한 구간도 많았습니다.
보면 상태가 고르고 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도로변 보행로보다 넓고 중간에 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있어 좋았습니다. 아마 이러한 이면도로, 골목길만이라도 차가 진입할 수 없다면 보행자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로로 적합할 것 같습니다.
구원일꾼
" 어린 시절의 기억에 단편적으로 남아있지만, 기억 속 골목길은 혼자서 가기 어려운 장소로 남아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골목길, 구시가지보다 「편의시설증진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영향을 받는 신축건물과 재개발지구를 선호하게 됩니다. 도시개발이 환경을 파괴하고 거주하던 주민들을 내쫓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불편하면서도 내가 자유롭게 이용할 곳이 한 군데 늘었다는 안도감이 먼저 들곤 합니다. 단순히 보행로 상태뿐 아니라 주변 편의시설(엘레베이터, 장애인용 화장실, 휠체어 진입로 등)차이가 큽니다. ... 골목길을 다니며 여전히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용편의시설들이 부족하고 엉성한 개발의 흔적들이 보이긴 하지만 한 군데 급경사 길을 제외하고 나면 휠체어가 다니기 크게 불편하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골목 구석구석 낡았지만 거주하는 사람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낡았지만 어디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관리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거주민들이 유용하게 사용하는 시설 중 낡고 위험한 공간들은 보수하고 필수적인 주변 편의시설만 공용으로 만들어도 모두가 이용하기 만족스러운 공간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걷다 보니 당산공원 자연마당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나왔습니다. 입구가 너무 가팔라서 올라가지 못했지만 <당산공원 자연마당>은 청주시 대성동 당산공원 내 훼손된 산림과 옛 동부배수지를 생태적, 역사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개장했다고 합니다.
이런 도심 생태공원은 주민들이 조건 없이 문화, 여가생활을 즐기기에 최적화된 곳입니다. 대표적인 공유공간입니다.
또한 도심 생태계를 보전하는 중심적인 역할도 하고요. 하지만 도심 생태공원 역시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설계 당시부터 보행 약자들의 이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면 모두에게 편리하고 접근 가능한 공간이 되지 않았을까요?
길을 지나가다 보니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았던 방공호도 보입니다.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2019년 10월 28일 준공한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은 옛 청주시장 관사 일대를 리모델링하여
국비, 시비 총사업비 82억 원을 들여 지어졌다고 합니다. (지하 2층, 지상 2층의 본관과 별관 주차장)
김수현 드라마아트홀은 드라마와 관련된 활동 및 상영, 대관사업 등을 진행합니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 청주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공간일까요?
아트홀을 기점으로 조성된 <수암골 드라마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주말임에도 이곳을 찾은 시민, 주민을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국비와 시비를 들여 조성된 공공시설, 산책로를 거주민들이나 청주시민들이 마음껏 향유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거주민들이, 그리고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여있는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충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길 바랍니다.
드마라길을 따라 쭉 걸어 올라가다보면 우측으로 수암골 나옵니다. 카페 외에도 목적을 알 수 없는 빈 건물이 가득했습니다. 건물은 지어져 있지만 내부는 오랫동안 비어있는 듯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인 곳에서, 필요하지도 않은 건물을 짓고 몇년째 방치합니다.
이 엄청난 규모의 노란 건물들은 토지와 건물에 대한 소유권만 있다면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의 관계는 상관없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누군가의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거래와 투자의 대상으로만 전락하고 있습니다.
https://www.ccreview.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5535
빈 건물이 밀집해있는 공간 아래쪽에는 충청북도 기념물 제17호로 지정된 표충사가 있었습니다.
내부는 들어가 볼 수 없었지만, 조선 중기 때 문신인 이봉상(1676~1728)·남연년·홍림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사당이라고 적혀있습니다. 1731년(영조 7년) 청주 읍성 북문 안에 사당을 세웠다가 1939년 지금의 자리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역사성이 있는 공공기관 소유의 건물이지만 이곳을 지나가는 관광객이나 주민들이 이 공간을 충분히 즐기고 사용할 수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원활한 관리를 위해 걸어잠가 두었을까요? 누구의 기준에서 관리, 보전되고 있는 것일까요?
좀 더 들어가다 보니 주택이 밀집된 공간 사이사이 좁은 골목길들이 보였습니다.
골목길은 막연히 휠체어가 접근하기 어려운 조건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도심 속 좁고 망가진 보행로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주민들이 거주하던 곳이라 길이 중간에 끊기지도 않았고 큰 대로변과도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구원일꾼
골목길이 불편하고 위험해지며 사라져가는 것은 골목길 자체의 문제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쉼터와 화장실 같은 편의 공간들이 생겨나고 다양한 용도의 급격한 경사를 완만하게 한다면 막대한 예산을 들이지 않아도 시민들이 편하게 걷고 쉴 수 있는 골목길들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편리하고 성장한 도시를 떠올릴 때 언제나 높고 화려한 건축물들, 끊임없이 개발되는 도시의 모습들을 떠올립니다. 그런 도시가 과연 모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인권적인 일상을 만드는데 기여할까요?
개발의 이익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가고, 개발의 대가로 우리가 잃는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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