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권교육/일꾼의 탐독생활

** 한두줄로 요약하는 일꾼의 탐독생활 **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2. 2. 14.

은규일꾼 『기러기』 메리 올리버

 

메리 올리버 시선집 기러기
기실 따지고 보면 세상이 번잡하기보다 내 마음이 번잡하다. 무엇을 할까?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자신의 번잡함을 성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 해야 할까?


이런저런 번잡한 마음을 추스르는 방편으로 나는 시집을 집어 든다. 늙은 종교인이 경전을 집어 들 듯이.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 40여 년 동안 한마을에 살면서 자신을 둘러싼 자연을 가만가만 응시하며 그 마음을 시로 길어 올렸다. 자연과 인간은 분리된 각각의 세계가 아니라 하나이며 인간은 자연의 일부임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시를 읽으며 차분해지고 겸손해지기까지 했다.


“올빼미가 식사를 마친 나무 아래 남은 쓰레기. 쥐의 뼈 파편, 갈매기의 잔해, 젖은 낙엽 속에 파묻히지, (중략) 난파선처럼 기울어, 중심으로의 긴 회귀 시작하지. 침투, 흐름. 형평. 조만간 희미하게 빛나는 낙엽들 속에서 쥐는 날기를 배우고, 올빼미는 먹이가 되겠지” - ‘뼈의 시’ 중에서

 

 

미진일꾼 『당신의 말이 역사가 되도록 : 구술을 어떻게 듣고, 기록할 것인가?』 이호연, 유해정, 박희정 지음

 슬라보예 지젝은 ‘고통을 서사화할 권리’에 대해 말한다. 고통을 해석할 힘과 언어를 가질 때 세상을 지배하는 서사를 다시 쓸 가능성이 열린다. 라는 책의 문장이 인상적이다. 나에게 인권운동은 흩어지고, 사라지고, 지워지는 이들의 목소리와 삶을 함께 부여잡는 일이다. 그래서 목소리와 삶을 기록하는 행위는 단순한 ‘글’이 아니라 인권운동의 한 부분으로서 존재한다. ‘무엇을 어떻게’ 쓰고, ‘누구’에게 알릴지, ‘어떤 문제의식’을 통해 ‘누구와 연결’될지, 이 책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이 ‘인권’을 향한다면 우린 이미 동지다.

 

 

 

 

 

구원일꾼 『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 김원영


 두 작가는 각자의 장애라는 고유한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를 지닌 몸과 과학기술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sf 영화에 나오는 미래의 사이보그와 달리 현실의 장애인들은 기술과 불완전하고 복합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기존의 과학기술이나 의학이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을 비판하며 장애인의 사이보그적 존재론과 장애인이 중심이 되는 기술과학을 고민한다. 결함 없는 완전한 기술은 없기에 기술의 발전이 장애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른 대안으로 비장애중심주의인 능력차별주의를 끝내는 것, 손상과 취약함, 의존에 대한 우리의 근복적인 태도를 바꾸는 것을 상상해 보자는 김초엽 작가의 말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나는 모든 사람이 ‘유능한’ 세계보다 취약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제 자신으로 존재하는 미래가 더 해방적이라고 믿는다. 어떤 손상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미래보다는 고통받는 몸, 손상된 몸, 무언가를 할 수 없는 몸들을 세계의 구성원으로 환대하는 미래가 더 열려 있다고 믿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