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규일꾼, 미끄러지는 말들_백승주
저자는 말한다. 미끄러져 닿을 수 없는 말들 대부분은 차별받고 혐오당하는 약자와 소수자, 이방인들의 말들이라고.
그러니까 책, ‘미끄러지는 말들’은 차고 넘치는 ‘말’들을 사회학적인 조리개를 통해 지금 여기 한국 사회를 조밀하게 되새겨 보고 있다. 무엇보다 우정어리고 사려깊게. 이를테면 이렇게 말이다.
‘한국 사회의 언어 풍경은 워낙 강고해서 산이나 바다와 같은 자연의 자형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 풍경은 허물고 부술 수 있는 인공적인 구조물에 불과하다. 그러니 이제 말해야 한다. 피해자와 연대한다고. 차별에 반대한다고. 그래야 지형을 이룰 수 있고, 그래야 이 지옥도와 같은 말들의 풍경을 바꿀 수 있다.’ 같은 책 75p
미끄러져 닿을 수 없는 말들을 그러모아 섞어 뭉친 단단한 연대로 우리 사회 곳곳에 환대의 공동체가 생성되기를 바란다.
구원일꾼, 유언을 만난 세계_정창조, 강혜민 외 5인
역사를 좋아한다. 우리의 삶과 죽음은 연결되어 있다는 말도...하지만 인권을 알게 된지 5년 이상이 되었음에도 장애인권운동이 이룬 결과만 바라보았을 뿐이다. 이 운동의 현장에 녹아있는 뜨거운 삶과 죽음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민주화와 인권의 증진을 이루어온 지난 역사 속에서 장애인권운동가들의 삶과 죽음이 사람들에게 기억될 만큼 알려지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유언을 만난 세계는 장애인의 생존과 기본적 권리를 위해 뜨겁게 싸우다 먼저 가신 열사 8분의 삶과 죽음을 복원해 냈다. 책을 읽으며 우리 역사가 사람의 삶과 권리를 짓밟으며 이룬 비문명의 역사였음에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오른다. 누군가의 존재와 투쟁, 그리고 죽음으로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무겁게 다가온다.
미진일꾼, 커먼즈의 도전 <박배균외 4인>
‘국유지의 이용·관리를 결정할 권한이 전적으로 국가에 귀속되어 있다는 사실은 경의선 공유지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의식 중 하나였다. 근대주권국가의 틀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국유지를 통해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고 언제든 처분(민영화)할 수 있다. 또 그에 반하는 공동체의 권리 주장에 대해 ‘불법’이란 딱지를 붙여 공동체를 주권국가의 적으로 삼는다.’
‘국유지’, ‘국가가 소유하는 공공성’이라는 형태는 일제강점기 자본주의 도입과 토지 수탈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현대사회는 여기서 더 나아가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국유재산의 ‘자산화’를 제도화 했다. 공공성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 국유지가 사회 구성원 전체를 위한 공간이 아닌 ‘국가의 사유지’로 전락한 시대에 국가가 대변하는 집단으로부터 배제된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삶의 터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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