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규일꾼,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 나종호 지음
“믿는 건 듣는 거예요. 그 사람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어주는 거죠. 공감하면서. 대개는 ‘다음에 무슨 말 할까, 어떻게 반박할까’를 준비하느라 잘 못 들어요. 온전히 집중을 못 하죠. 그런데 잘 듣는 관계가 정신 건강의 시작입니다.”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이 책의 부제는 ‘낙인과 혐오를 넘어 이해와 공존으로’ 이다.
이 책을 아니 저자 나종호를 발견한 것은 조선일보 인터넷 판에서 였다. (맙소사 조선일보라니) 페이스북 친구가 링크를 건 기사였는데 처음엔 의아했다. 이 친구는 조선일보를 보는 친구가 아닌데. 호기심에 클릭을 해서 읽어 보았다. 앗! 하는 발견의 기쁨. 여기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그래서 나종호라는 사람이 몹시 궁금해졌다. 나종호라는 사람 책이 그렇게 나에게 왔다.
그는 말한다. 자신의 편견정도를 알 수 있는 것은 주변에 다양한 사람들이 안 보이면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직업과 환경이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면, 그만큼 사고영역이 좁아지고 공감능력 또한 떨어진다고 말이다.
나종호는 윌리엄 밀러의 말을 빌려 공감의 조건 세 가지를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첫째,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가치 있는 일임을 인지하는 것이다. 둘째, 내가 모든 관심의 중심이 되지 않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공감이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자기중심적인 세상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는 일, 자신의 스위치를 잠시 꺼두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의 차이를 존중하고 이를 가치 있게 여기는 과정이 공감이다. 공감의 기저에는 더 높은 수준의 컴패션(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존재한다. 타인의 고통을 더 잘 이해할수록 그 고통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싶을 것이다.
낙인과 혐오를 넘어 이해와 공존으로 가기 위한 사려 깊은 사람 책, 나종호는 누구에게나 편하고 쉽게 열려있다.
미진일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밀러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을 의심한다. 우린 누구에 의해 규정되고, 규정된다면 왜 규정되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 룰루밀러는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데이비드 조던’의 삶에 반해 그 삶의 궤적을 하나씩 쫒아간다.
룰루밀러는 숱한 혼돈과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는 조던의 용기의 근원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그에 가까운 인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 여정의 끝에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실이 있었다.
꼭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인간, 아니 모든 생명체는 서로에게 중요하다. 그래서 모든 존재는 중요하다.
구원일꾼,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 김지우
자신을 둘러싼 관계와 장애여성이자 유튜브 활동을 하며 겪게 되는 삶의 경험과 생각들을 전하고 있다. 날카롭게 차별의 경험을 전하지만 유쾌하며, 섬세한 고민과 시원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책이다. 저자의 당찬(본인 표현대로면 싸가지 없는) 태도와 유머러스한 필체에 큭큭 웃으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공감할 수 있는 경험들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동시에 담겨 있어 더 좋았다. 요 근래 의미중독증에 걸린 듯 한 내 뒷통수가 얼얼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불쾌하지 않은 대목이었기에 소개한다.
"장애가 있는 이가 뭔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큰 대의가 있었다고 해야만 빛을 발할 때가 많다. 그냥 좋아서, 혹은 누군가 권유해서 재미 삼아 해 봤을 수도 있는 일이 장애와 어설프게 섞이면서, 원하지 않아도 대표가 되거나 차별에 맞서 싸우는 활동가가 되거나 히어로가 되는 식이다. 장애를 이겨내보려고 한 적도 없는데 장애를 딛고 일어날 누군가로 소개되곤 하는 것처럼. 장애인이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어 보이는 일을 하면 좋겠다. 실패도 해 보면 좋겠다. 그 후에도 다시 다른 일을 해볼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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