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속, 다급한 선생님 목소리 뒤에
아이의 흐느낌이 배경음악처럼 들린다.
아이가 다쳤는데 병원에 가자고 하니,
엄마를 찾는다고... 마음은 두근두근,
생각은 성큼성큼 가지를 만든다...
급히, 달려가 보니,
여덟 살 아이는 제 팔목을 잡고,
자신이 사라질까봐 두려워 엉엉 운다.
제 누이는 눈물을 닦아주며,
옆에 서있다. 위로하며...
내달려 도착한 병원에서 사진을 찍고,
부러진 곳을 맞추고,
아이의 팔꿈치 아래쪽으로 딱딱한 것을
대고, 한 달 이상 경과를 지켜보아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선다.
아이는 밤새 끙끙 앓는다.
태어난 후 마음 깊은 곳에
아로 새겨진 그 존재가,
보드라운 어린 시절이 천천히 흐르기를
바라게 되는 그 존재가,
끙끙 소리를 내며, 아프다.
다음 날, 아이와 하루 종일 둘만의 데이트를 즐기는, 돌봄의 시간...
뼈가 다시 이어지기 위해서는 햇빛 아래,
서성이는 것이 좋다하니,
손 맞잡고 숲을 이리저리 걷고,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큼 자란 새싹 보며,
그 새싹마다의 이름 재잘거리고,
집으로 들어와서는 커다란 창문아래
햇빛 받으며 잠시 졸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며,
도란거리기도 하며 지내다,
어찌하다 다쳤는지를 듣는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지 않았다면
안 다쳤을 거라는 아이의 표현 속에서,
아쉬운 마음을 보듬다가,
계속 맴돌던 내 생각의 종지부를 찍는다.
아이가 다쳤다는 사실을 듣는 순간부터,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생각이 생각을 만들고, 그 생각은 일어난 일을 어떻게 해결해나갈까 바라보기보다는,
문제라고 생각되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았을까를 생각하며, 현실을 끊임없이 바꾸려 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을 하거나,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염려를 하거나 하는 그런 생각들... 하여 복잡하고 엉킨 그 생각들에서 깨어나, 내가 직면한 현실로 돌아온다.
더 많이 다치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오른손을 다쳐 왼손으로 그리고, 글을 쓴 사람의 글과 그림을 함께 보며,
낯설고 어렵지만 왼손 사용을 응원하고,
아이가 혼자 쉽게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고무줄 바지를 찾고, 느슨한 윗옷을 찾아
입혀보고, 놀라고 미안해하고 계시는
아이의 담임선생님께 인라인을
금지하기보다, 다른 아이들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즐겁게 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나누어보셨음 좋겠다고,
아이와 불편함을 함께 하실 시간에 힘 보태는 마음 전하고... 이른 오후,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불쏘시개 삼아 불을 놓는다면,
끝도 없이 타오르겠다 싶기도 한 그 생각.
생각 따라 너울너울 춤추는
마음을 여기에 붙들어 놓고 싶다.
마음은
만 갈래로 흩어지지만
그래도 이 아름다운 길.
평화로이 걷고 있네.
발걸음마다
서늘한 바람 한 줄기
발걸음마다
한
송
이
꽃.
(걸으며 하는 기도)
-틱낫한, 기도의 힘. 하루의 기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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