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이 없다’라는 궁색한 변명
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인권연대 ‘숨’ 회원)
■ ‘예산 삭감’ 청소년계가 뿔났다.
청소년 정책의 주무부서인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정책의 주요한 영역인 청소년 활동 예산을 삭감했다. 청소년단체와 청소년지도사들이 주축이 된 청소년계는 ‘전국청소년예산삭감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기자회견 및 규탄대회를 개최하는 등 집단행동의 움직임을 보인다. 청소년계가 이렇게 집단적 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의 청소년 정책에도 침묵하던 청소년계가 들고 일어난다는 건 그만큼 사안이 엄중하고 심각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건전재정 뒤의 어두운 그림자
2024년 여성가족부 예산안 (1조 7,153억 원) 중 청소년 정책 예산안은 2,352억 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173억 원 감소하였다. 예산 삭감 내역을 보면 청소년 국제교류 127억, 청소년 정책참여 지원 26.3억, 청소년 활동 지원 37.6억, 청소년노동권 보호 지원 12.7억 원 전액 삭감 등이다.
여가부에서 밝힌 예산 삭감의 이유는 ‘정부가 추구하는 건전한 재정운영의 기조에 비추어 재정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이 떨어진다.’라는 점이다. 즉, 정부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위한 활동 예산’을 배정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 예산 삭감 본질은 잠자코 있으라는 것
청소년 정책은 크게 상담복지영역(상담복지개발원), 활동영역(청소년활동진흥원), 보호영역(청소년쉼터)으로 구분되며 청소년 정책예산도 그것에 맞게 반영된다. 청소년 정책예산 중 (위기청소년) 상담복지 예산과 보호 예산은 그대로 두고 유독 청소년 활동 분야 예산만 전면 삭감 조치가 내려졌다.
이런 편향적인 조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한마디로 잠자코 있으라는 것이다. 청소년지도사는 청소년시설이나 잘 관리하고 소극적으로 시설 방문 청소년이나 잘 돌봐주는 ‘청소년보호자’로서 위치만 잘 지키고 있으라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사회참여나 정책제안과 같은 비판적인 활동이나 국제교류와 같은 견문을 넓히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는 활동은 애당초 할 생각도 하지 말고 그저 공부나 하라는 것이다.
■ ‘각자도생’ 사회적 경제 예산 삭감
청소년 활동 예산 삭감도 심각하지만, 사회적 경제 관련 예산 삭감은 더 심각하다. 내년도 협동조합 관련 예산은 최대 91% 삭감된다. 사회적기업 관련 예산도 60% 이상 삭감된다. 충북사회혁신센터와 같은 사회적 경제 관련 중간 지원조직은 없어지고 직원들은 졸지에 실업자가 된다. 기후위기와 지역소멸 같은 사회적 문제를 경제활동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행위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오직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가라는 것이다.
■ 예산이 없다는 궁색한 변명
정말 예산이 없어서일까? 지난 9월 정부에서 나라 살림에 59조 원 정도가 부족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으니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렇다고 청소년 활동과 같은 미래세대를 위한 예산이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 사회적 경제 예산부터 삭감하는 조치부터 취하고 무조건 따르라는 식은 안된다. 이럴 때일수록 잦은 대통령 해외 순방이나 대통령, 정부 관료, 국회의원 특활비 혜택부터 줄이는 대신 꼭 필요한 예산은 반영하여야 한다. 그래도 부족하면 모든 분야의 예산을 균형있게 줄여나가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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