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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793

<123호> 연습 7_잔디 수요일 아침이었다. 남편은 둘째 아이와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길을 나섰고, 남은 아이들은 스스로 채비를 하고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나가고, 설거지를 하고, 방바닥을 발걸레로 쓱쓱 밀고, 주유소 언니가 아침마다 지나가며 보시고는 재미있어서 한 번 웃고 가신다는 그 빨랫줄에 빨래를 나란히 널고, 향이 구수한 커피를 한 잔 내려 차에 싣고, 어제 부른 노래를 들으며 나도, 길을 나서서 출근하고 있었다. 늘 지나는 첫 번째 터널을 빠져나와 네거리를 지나, 두 번째 터널을 들어가기 전 오른쪽으로 머뭇거리는 고라니를 보았고, 고라니가 아침에 있네, 생각하며 고라니가 차도로 나올 거라 예상치 못했고, 내 차 뒤에서 달려오는 트럭을 보았고, 머뭇거리던 나는 차를 멈추지 않았고, 고라니랑 범퍼가 부딪히는 소리를 .. 2022. 8. 2.
<123호> 봄날의 햇살 / 글쓴이: 박현경(화가) 안녕하세요. OO여중을 졸업한 R이라고 합니다. 제가 그리워하던 친구를 찾던 중에 혹 맞나 싶어 연락드립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2019년 11월 19일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머릿속이 환해졌다. 세상에, R이 나를 찾아 주다니! 나는 반가워서 바로 답장을 했고 우리는 만났다. 함께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며 중학교 때 얘기, 지금까지 살아온 얘기 등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로도 R과 나는 연락하며 지낸다. 1999년 10월 17일 일요일 나에게 신선한 힘을 주는 R. 하지만 그 애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부담스러운 존재 혹은, 숙제를 잘 빌려 주는 애니까 친근하게 대하지만 사실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을까. 하지만 나는 R이 그렇게 이해타산적이거나 줏대 없진 않을.. 2022. 8. 2.
<122호> 구원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구원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5월-6월 두 달 동안 6명의 장애인 혹은 장애인의 가족들이 목숨을 끊거나 죽임을 당함으로 세상을 떠나야 했다. 이 죽음의 가장 큰 책임은 국가와 사회에 있다. 한국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생존과 활동이 가능할 만큼 지원을 받으려면 자신의 무능을 비장애인들에게 정기적으로 심사받고 검증받아야 한다. 가족의 존재는 권리가 깎여나갈 이유로 작용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와 사회 역시 인간들이 만든 것이고 이런 사건 앞에 인간이란 종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 속에 난 가족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 때면 참 서글프다. 2022.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