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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606

<제62호> 나눔에 대하여_이영희(회원, 원영한의원) 일터 옥상에는 제법 큼직한 화단이 세 개가 있다. 이곳에 자리잡은 이듬해 봄, 옆지기는 재미난 일을 계획했다. 그것은 바로 화단을 가꾸는 일. 말이 이지 황폐한 공터라는 게 더 어울릴 곳이었다. 첫해에는 당귀모종과 허브(라벤더, 로즈마리, 스피아민트, 애플민트), 국화와 백일홍, 상추모종을 심었다. 높은 건물 옥상이다 보니 바람도 강하게 부는데다 흙에 양분도 없어 아이들이 시들시들 맥을 못췄다. 그래도 꿋꿋이 견뎌낸 아이들로 인해 여름 한 철 질리도록 상추를 따먹고, 새들의 공격으로 매번 꽃봉오리가 잘려나가는 수모를 겪었지만, 그런대로 꽃구경도 할 수 있었다. 우리 둘 다 농사(라 하기엔 많이 민망할 지경이지만)는 처음인지라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는 저 화단에 심어진 아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무.. 2019. 9. 26.
<제61호> 가족은 날마다 자란다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솔직히 하나도 힘든데(!) 셋이나 키우다니… (하긴 여섯을 키우는 숨 일꾼도 있으니….) 아이 셋을 키우는 이기호 소설가의 가족이야기 를 읽었다. 이 책은 가족소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소설은 넌픽션인데 이 글은 픽션이다. 작가의 삶을 그대로 옮겼다. 작가는 자신에게 가족이라는 이름 자체가 꼭 소설의 다른 말인 것 같다며 가족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고 말했다. 픽픽 웃음도 나고 코끝도 찡해진다. 일상에 순간순간들을 어쩌면 이렇게 잘 담아냈을까 싶을 정도로 글이 참 맛나다. 그리고 작가의 아이들 이야기도 너무나 재밌다. 사랑에 빠졌다는 첫째 아이의 여자 친구 이야기에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참 책 중간에 스티커도 한 장 들어있다. 작가의 아이디어인지 출판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너무나 잘 .. 2019. 9. 26.
<제61호> 나는 너 때문에 불행하다 _이병관 (충북·청주경실련 정책국장) - 어릴 때 동화를 읽으며 이해가 안 가는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왜 예쁘게 만들어 주는 마법은 없지?” 백설공주의 계모는 왜 거울에게 누가 제일 예쁜지 일일이 물어보고, 번거롭게 노파로 변장하여 독이 든 사과를 먹이러 가야했을까요? ‘마법의 거울’은 멀리 떨어진 백설공주의 외모를 파악할 능력은 있으면서 어째서 계모의 외모를 백설공주보다 더 예쁘게 만들지 못했을까요? 어차피 비현실적인 마법인데 그냥 계모를 예쁘게 해도 될 텐데… 동화뿐 아니라 판타지 작품도 잘 보면, 다른 건 다 할 수 있는 마법인데 유독 외모만큼은 예쁘게 바꾸질 못합니다. 오히려 외모를 흉측하게 하는 저주는 존재하고, 온갖 역경을 극복하여 그런 저주를 풀어 원래의 아름다움을 되찾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입니다. 물론 작품을 .. 2019.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