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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793

<제96호> 빈소에 찾은 조문객처럼 안녕하신지요. 슬픔이 많은 계절입니다만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들 덕에 소생할 기운을 얻고 있습니다. 꽃들이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더위 사이에서 자신의 시간들을 남김없이 써버리는 것처럼, 저 역시 제게 주어진 시간들을 허투루 쓰지 않고 남김없이 쓰리라 생각합니다. 제 앞에 놓여진 비단향꽃무는 우울한 저를 위해 사랑하는 이가 선물해준 것인데, 그 꽃을 전해주는 그녀의 얼굴빛이 저에게는 구원이었습니다. 그 꽃은 그녀를 닮아 꽃잎이 풍성하고 향이 멀리 퍼지고 생명력이 강했습니다. 그녀와 다투고 난 후에 화병에 놓인 꽃을 발견했습니다. 어느새 줄기 끝 물관이 막혀서 꽃은 꽤 말라있었습니다. 꽃을 살짝 건드리니 보라색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졌습니다. 꽃잎들은 시들기보다는 그 모양.. 2020. 4. 28.
<제95호> 그대에게 보내는 단어. 세 번째_잔디(允) 진달래꽃봉오리가 분홍색인지 자주색인지를 놓고 아이들이 티격태격합니다. 대화라기보다 서로 주기만하는 것 같은 말이, 마치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의 의견이 맞는 듯, 결론이 나려하다가, 그래 보는 사람의 눈이 다르니 그 빛깔을 표현하는 말도 다를 수 있다며, 서로의 생각을 인정하는 듯 아닌듯한 끝을 내며 각자 하던 일로 돌아갑니다. 저물어가는 봄 햇살 아래, 꽃빛을 바라보며 우리가 함께 서 있다는 것이,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마움임을 다시, 기억합니다. 캄캄하고 긴 터널을 느릿느릿 통과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요즘이지만, 한시적 무노동 무임금 시간을 살고 있지만, 이 시기를 통해 저를 돌아봅니다. 일상을 침범했다고 여겨지는 질병과 사람의 간극과 관계, 긴 시간 한 공간에서 함께.. 2020. 4. 28.
<제95호>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무지몽매한 상태로 행복하게 죽는 것보다 무지몽매함에서 깨어나기 위하여 불행한 것이 더 낫다 - 요가난다의 지혜 중에서 깨어있음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깨어있음에 대해서 질문합니다. 곧 오월입니다. 2020.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