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740 오래된 질문 겨울이다 다시 처음이 아닌 데 늘 처음 맞이하는 것 같다 이골이 났을 법한데도 몹시 시리다 다시 봄은 오겠지만 영영 오지 않을까봐 불안하다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아주 오래된 질문을 던진다 2023. 11. 27. 고요에 헹구지 않으면 고요에 헹구지 않으면 백무산 이른 아침 난데없이 꽃밭에 꽃이 흐드러진 건 내 탓이다 식전부터 앞뒤 다니며 쿵쿵거렸고 내 불면을 화풀이하느라 툴툴 바람을 울렸고 제 빛깔 다 머금기 전에 고요가 몸에 다 무르익기 전에 파르르 놀라 드러낸 건 꽃이 아니라 공포였다. 씨앗은 자신을 떠나 고요를 통과해야 자신을 불러낼 수 있기에, 누구나 깊은 잠을 자야 하는 이유는 몸을 떠난 고요를 불러들일 수 있기에, 잠은 하루치 노동을 지우고 고요를 불러들일 수 있기에, 해가 뜨면 내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육즙 빠져 쭈그렁바가지가 된 시간이 고요에 무르익어야 내일이 뜨기에, 시간을 고요에 헹구지 않으면 오늘을 반복할 뿐 내일의 다른 시간이 뜨지 않기에 - 거대한 일상(창비, 2008) 2023. 10. 25. 138호(2023.10.25 발행) 2023. 10. 25. 이전 1 ··· 83 84 85 86 87 88 89 ··· 2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