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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호> 나는 너 때문에 불행하다 _이병관 (충북·청주경실련 정책국장) - 어릴 때 동화를 읽으며 이해가 안 가는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왜 예쁘게 만들어 주는 마법은 없지?” 백설공주의 계모는 왜 거울에게 누가 제일 예쁜지 일일이 물어보고, 번거롭게 노파로 변장하여 독이 든 사과를 먹이러 가야했을까요? ‘마법의 거울’은 멀리 떨어진 백설공주의 외모를 파악할 능력은 있으면서 어째서 계모의 외모를 백설공주보다 더 예쁘게 만들지 못했을까요? 어차피 비현실적인 마법인데 그냥 계모를 예쁘게 해도 될 텐데… 동화뿐 아니라 판타지 작품도 잘 보면, 다른 건 다 할 수 있는 마법인데 유독 외모만큼은 예쁘게 바꾸질 못합니다. 오히려 외모를 흉측하게 하는 저주는 존재하고, 온갖 역경을 극복하여 그런 저주를 풀어 원래의 아름다움을 되찾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입니다. 물론 작품을 .. 2019. 9. 26.
<제61호> 초록이 대지에 가득찬..._잔디(允) - 재촉하지 않는 천천한 걸음으로 한 계절이 흘러가는 허공 어쩌면 평온이라고 해도 좋을 표정을 이렇게 지어도 될까 골똘했던 시간의 체온을 잃고 다가온 평온에 그럴싸한 무늬의 평화를 두르고 살지만 불현 듯 뜨거워지는 눈시울이 서글픔 때문은 아니어서 발밑으로 지나가는 무상의 그림자를 그저 바라본다. - 「공중산책」부분, 김은숙 5월 4일. 2017. 밖에서 들어왔으나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안에 깊이 자리 잡아 나를, 너를, 끊임없이, 규정짓는 말. 비난하는 생각... 그 말과 생각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은 나와 그 말에서, 그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 그 간극을 가깝게 하려, 애쓰고 있으나, 쉽지않아... 5월 9일. 2017. 지금,이 좋다. 저녁 일찍 해먹고 잠시 걷기에도 적당하고, 밤공기를 가르며 .. 2019. 9. 26.
<제 61호> 생명 있는 모든 것을 대하는 자세 _이영희(회원, 원영한의원) - 열 두세 살쯤 일이다. 외출에서 돌아온 어머니 손에 무언가 들려 있었다. 머리가 사라진 죽은 비둘기였다. 흠칫 놀랐다. 사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도 그 비둘기를 보았다. 하지만 모습이 너무 처참해서 저만치 뒷걸음쳐 돌아왔던 거다. 어머니는 비둘기를 마당 한쪽에 가만 내려놓더니 다시 밖으로 나가셨다. 한참이 지난 후 어머닌 밝은 얼굴로 돌아오셨다. 손에는 비둘기 머리가 들려 있었다. 어머니가 자초지종을 얘기해 주셨다. 그제야 어머닌 방에 들어가서 한 번도 입지 않은 깨끗한 메리야스를 꺼내오셨다. 그리고 비둘기 염하기를 시작하셨다. 떠들거나 끼어들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엄숙함이 느껴졌다. 어머닌 그 비둘기를 안고 산으로 올라가셨다. 숲이 우거진 곳으로 들어가 땅에 묻고는 한참을 기도하셨다. “극락왕.. 2019.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