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이랑세상읽기10 <126호>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박현경(화가) * 이 글은 그림 ‘삶 26’을 감상하며 읽으셔야 더 재미있습니다. 아래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그림 ‘삶 26’을 컬러로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축축한 어둠 속에서 만났다. 어둠이 그토록 깊고 질퍼덕하지 않았다면, 영영 서로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즈음엔 검고 굵은 빗방울이 하염없이 내렸다. 하늘은 어두웠고 주위는 붉었다.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그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씩.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두렵고 또 두려웠다. 모든 일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잘 되고 있음을 알았지만, 불안은 도무지 날 놓아주지 않았다. 무력감이 깊은 늪처럼 내 두 발을 잡아끌었다. 아래로 아래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디가 바닥인지 알 수 없었.. 2022. 10. 27.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