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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이랑세상읽기16

나는 끝까지 나를 나는 끝까지 나를박현경 (화가, 교사) 이삿짐을 싼다는 건 힘든 일이다. 물건 하나하나를 집을 때마다 거기 깃든 추억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일요일인 오늘, 관사 퇴거 작업을 했다. 2023년 7월 1일부터 현재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월, 화, 수, 목, 금요일을 지낸 방이다. 먹고 자고 고민하고 그림 그리던 이 공간에서 나의 흔적을 지워 내는 건 시간도 힘도 많이 드는 일이었다. 여행 온 것처럼 단출히 지내리라 마음먹었었는데 그동안 쌓인 책이며 옷이 왜 이리 많은지……. 책을 한 권 들어 올릴 때마다 그 책을 사던 날의 기분, 그 책을 읽다가 했던 전화 통화 따위가 자꾸만 떠올랐다. 옷을 한 벌 집어 들 때마다 그 옷을 입고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그때 내가 그 사람을 사랑했는지 미워했.. 2025. 2. 25.
왜 너희의 사랑은 왜 너희의 사랑은박현경(교사, 화가) 현경쌤 안녕하세요! 저는 ○○○입니다. 현경쌤, 지금까지 국어 선생님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국어가 진짜 재미있었고 학교생활에 도움도 많이 되었습니다. 저는 현경쌤이 제일 좋아요!저번에 제가 가정사 때문에 힘들 때 이야기도 들어 주시고, 제가 말을 잘 안 듣고 장난을 많이 쳐도 이해해 주시고, 제 말을 잘 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이제 모든 수업도 끝났고 내년에 현경쌤도 못 보지만 제 기억 속에 계속 영원히 생각하겠습니다. 현경쌤 지금까지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현경쌤! 24년 한 해 동안 말 안 듣는 7반 수업하시느라 너무너무 수고하셨어요. 저희도 현경쌤을 국어 선생님으로서, 부담임 선생님으로서 만나서 너무 재밌고 행복했어.. 2025. 1. 27.
아무 노력 말아요 아무 노력 말아요박현경 (화가, 교사) 아무 노력 말아요버거울 땐 언제든나의 이름을 잊어요꽃잎이 번지면당신께도 새로운 봄이 오겠죠시간이 걸려도그대 반드시 행복해지세요‘눈사람’ 가사 (아이유 작사, 제휘 작곡, 정승환 노래) 나에게 올해의 노래는 ‘눈사람’이다. 가사가 좋아 듣고 또 들었다.  “아무 노력 말아요.” 나에게 가장 힘이 된 문장이다. 호랑이 기운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가 현실의 벽에 세게 부딪혀 한동안 날개가 꺾여 있었던 내게 정말 힘이 된 말은 “잘할 수 있어.”도 “잘될 거야.”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세요.”였다.  7월, 음성지회장으로서 음성교육지원청의 단체협약 위반에 대응할 때였다. 몹시 지쳐 있었지만 어떻게든 이 상황을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힘들어 누가 툭.. 2024.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