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레세’고대 아랍에서 쓰던 말이래. 이 말의 뿌리는 탐욕, 욕심, 야심, 게걸스러움에 닿아 있지. 사막을 걷는 낙타가 아주 좋아하는 특정한 종류의 엉겅퀴가 있는데 낙타는 이걸 만나면 걸음을 멈추고 뜯어먹기 시작해. 억센 가시가 입안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놓고는 하지. 이때 입속에서 흐르는 피의 찝찔한 맛이 엉겅퀴의 맛과 섞이게 되는데, 낙타는 바로 이 맛을 너무나 좋아해 씹으면서 피를 흘리고, 피를 흘리면서도 씹어. 한도 끝도 없이 먹으려 하지. 억지로 그만두게 하지 않는다면 과다출혈로 죽을 때까지 계속 먹을거야. 이게 바로 ‘하레세’야.
우린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서로를 죽여왔어. 상대를 죽임으로써 자기 자신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로. 우린 우리 자신의 피에 취해 있는 거야.
- Omer Z.리반엘리 ‘불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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