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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책 숨 , 슬기로운 탐독생활

우리가 우리를 구원한다 - 네몬테 넨키모 . 미치 앤더슨 지음

by 인권연대 숨 2025. 3. 25.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

네몬테 넨키모 . 미치 앤더슨 지음 / 정미나 옮김

 

우리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이은규

 

나는 우리의 숲과 생활 양식을 지키기 위한 이 싸움이 사실상 전 세계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의 숲을 잃게 되면서 바다 건너편에서 홍수가 일어났고, 다른 대륙에서 화재와 가뭄이 일어났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아마존을 지키는 것이 곧 우리 모두의 고향인 어머니 대지를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의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네몬테 넨키모는 아마존 열대우림지역에서 태어나 자란 와오라니 족 사람이다. 네몬테라는 이름의 뜻은 수많은 별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왔던 조상들의 지혜가 낳은 이름이다. 그녀의 삶에서 어느 한때 네몬테는 이니스라는 코리노 이름도 있었다. 와오라니 족이 코리노라 부르는 백인들의 하얀 이가 갖고 싶어 망치로 이를 부러뜨리기도 했고 숲을 떠나 백인들이 세운 선교학교에 가기도 했으며 그들이 세운 도시에서 살아보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몸과 영혼에 심각한 상처를 받았다. 네몬테는 상처가 모두 자기 탓인 양 자책하며 되는 데로 살기도 했다.

 

네몬테는 오빠에게서 고향 숲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고민했다. 어떻게 할지를 두고. 네몬테의 첫 시도는 유리문 앞에서 무참히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무참한 첫 시도는 다음 행보를 위한 첫걸음이었다. 네몬테는 숲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숲의 실태를 그 처참함을 영혼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 석유 회사는 우리 숲에서 석유를 가져가고 우리의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도시로 옮겨진 석유로 백인들은 자동차를 몰고 비행기를 탈 수 있었지만 정작 와오라니족 여자들은 가시철조망 밑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며 물을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게다가 내 부족 사람들과 타로메나네족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본연의 우리와 변한 우리 사이의 싸움이었다.

나는 말 없이 창밖을 내다봤다. 도로의 끝에 이르자 햇빛에 바랜 표지판에 석유는 발전이다'라는 문구가 찍혀 있었다.

미치가 잠시 그 표지판을 응시하다 나를 돌아봤다.

"내 나라 사람들이 이곳을 보고, 느끼고,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숲에서 나는 석유 대부분이 캘리포니아로 실려 가며, 우리 사회 전체와 우리 모두의 안락함이 수많은 강과 숲과 삶을 파괴하면서 지탱되고 있다는 것을요······”

 

네몬테는 숲의 돌봄으로 가족과 친구들의 돌봄으로 자각했다. 구원은 코리노의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 숲의 사람들이 스스로 한다는 것을. 혼자서, 분노만으로는 유리문에 얼굴 들이박기밖에 못한다는 것을 절감했던 무모한 첫 시도가 혼자였다면 새로 시작하는 시도는 숲 전체 부족의 지혜와 연대로 이루어졌다. 숲의 오랜 나무 그늘에서 이루어진 세이보 연대.’(세이보는 나무 이름이다) 어찌보면 네몬테의 이름에 따라, 우리가 우리를 구원하는수많은 별의 연대가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

 

우리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지금 여기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12.3 내란 이후 사태를 생각했다. 정말 우리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우리의 꿈과 이상을 그리고 사랑하는 것들을 말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지혜를 구하고 기꺼이 차이를 인정하는 연대를 할 수 있다면 우리도 우리를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 저 멀리 아마존 숲의 사람들이 끝까지 웃으며 견디어 냈던 것처럼 그리고 마침내 이루어 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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