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에는 페미니즘의 이야기를
이재헌
어렴풋이 넥슨 성우가 입은 티셔츠로 인해 ‘메갈’이라고 공격받고 해고됐다는 뉴스가 기억난다. “찌질한 놈들…”
남성 소비자들의 여성노동자를 해고하라는 요청을 실제로 게임사가 받아들였을 때 냉소가 났다. 일부 게임 매니아들의 개소리가 사람을 해고할 수도 있는 현실이 어이없기만 했다. 페미니즘의 정신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자 역차별이라 호도하는 피해 의식에 빠진 일부 남성들의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문제 키우기 싫어하는 게임사의 안일한 대처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무언가를 잘 모를 때, 그것을 대충 싸잡거나 문제의 근원으로 쉽게 탓해 버린다.”
내가 그랬다. 페미사냥은 더이상 소수의 일탈이나 놀이가 아니다. 페미니즘과 여성에 대한 공격은 저열하고 치명적인 폭력이다. 해당 노동자의 삶을 붕괴시킨다. 피해자의 생계가 위협받고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검열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은 주변 모든 여성들에게 압박으로 다가온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남성이 나타나면 그 주변 여성을 공격한다. 이 치졸한 폭력은 남성인 나도 안전하지 않다.
소위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방치되고 있다. 누군가는 놀이로, 누군가는 특권층 ‘여성’에 대한 단죄를 위해 행동하고 있다. 기업은 성불평등한 직장을 변화시키기보다 여성 노동자들의 개인적인 문제로 책임을 전가한다. 소수자를 착취하는 것에 익숙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페미사냥은 추악한 불평등을 감추기 위한 쇼에 가까워 보인다. 이 상황에 ‘자유’를 부르짖는 정당은 갈라치기로 편승하고,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던 정당은 외면하고 있다. 작은 불장난으로 시작됐을지 모르는 불씨는 기후위기 시대, 건조한 산림을 만난 것처럼 우리 모두를 불태우고 있다.
“그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더 존엄하게, 즐겁게 살아가기를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은 늘 이어져왔다.”
이제 젠더 불평등한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숨지 말고 안일하지 말며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즐겨보자. 페미니즘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존엄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끈질김을 위하여
배상철
이민주의 페미사냥을 읽는 내내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책을 읽기 전 제목만으로 ‘왜 제목을 살벌하게 페미사냥으로 지었는가?’ 하는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작가는 ‘페미사냥’이라 불릴 수 있는 이러저러한 사건을 접하는 소비자 집단의 상당수가 ‘그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대수로운 일’로 치부하는 사회적 시선에 날카로운 비수와도 같은 충격 한 방을 제대로 날리고자 한다.
이 책을 관심 있게 읽기 전까지 ‘나는 <소녀전선>과 같은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도 아닌데’라고 치부하고 넘어갔을 일에 작가는 더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라고 경고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은 ‘주류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감정적이고 공격적이며 성애적인 게임 상품’을 생산하고, 고도의 마케팅 전략으로 기업에 이윤을 안겨줄 ‘소비자층’을 확대 재구성하려 한다. 주류 사회에 편성하는 기득권 정치인 또한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로 기업과 남성 중심의 주류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이들에게 ‘메갈’은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비합리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훼방꾼으로 배척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이 책은 페미사냥의 전개 과정에서부터 페미사냥의 본질, 그리고 페미사냥에 맞서는 저항의 의미에 대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 끝은 불평등하고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의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일러준다. 또한, 그 싸움은 매우 질기고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기에 ‘페미니즘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로 밤을 지새우고, 좌절하지 말고 끈질기게 노력하여 끝내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자는 당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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