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은 셀카까지만
이내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가 방한했다. 앞서 일본에 들러 다카이치 사나에와 케미를 보였다. 둘은 극우 성향을 보이는 정치인이다. 멜로니와 다카이치는 전 영국 수상 마거릿 대처를 롤모델로 여긴다고 한다. 대처는 영국의 탄탄한 사회복지 시스템에 큰 흠집을 냈다. 여기서 ‘철의 여제’라는 별호를 얻었다.
멜로니는 한발 더 나가 무솔리니를 존경한다고 했다. 무솔리니는 무능한 파시스트라는게 정설이다. 멜로니의 정치적 지향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일정을 보냈다. 아쉬운 점은 그가 극우 성향인 까닭에 이탈리아의 최대 강점이 의제에 오르지 못한 사실이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솔깃한 의제였다.
이탈리아는 세계 협동조합의 전범으로 주목받는다. 헌법에 협동조합을 규정한 유일한 국가다. 이탈리아 헌법 45조는 ‘공화국은 비투기적인 본성을 지니며 호혜적인 협동조합의 사회적 기능을 인정한다’고 못박았다.
이탈리아 협동조합은 신뢰, 상호 의존 의식이 기반이 되는 협력 모델이다. 실정법인 바세비법은 협동조합의 감독, 등록, 상호부조의 요건 등을 규정한다.
전통은 유구하다. 1844년 산업혁명기 영국의 로치데일 공정선구자조합에서 시작된 근대 협동조합 운동이 골간이다. 로치데일 모델은 자발적 가입, 민주적 운영(1인 1표), 잉여금의 공정한 배분, 교육과 상호부조라는 사회적 경제를 기초로 한다. 이는 프랑스, 독일을 거쳐 이탈리아에서 만개했다.
이탈리아의 초기 협동조합은 사회주의•노동운동 계열과 가톨릭 사회사상 계열로 나뉘어 각각 북부의 상공업과 남부의 농업 분야에 자리 잡는다. 이같은 협동조합을 위축시켰던 인물이 멜로니 총리가 존경한다는 무솔리니다. 그는 협동조합을 국가 조직에 편입시키려 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다시 부활하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 7만1000여개의 협동조합이 3개 연합체에 속해 있으며 GDP의 30%가 여기서 나온다. 제조업을 제외한 서비스업, 건설업, 농업 등의 상당수가 협동조합으로 영위된다.
대한민국의 협동조합은 20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사회적기업육성법을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 시행됐으나 하필 신자유주의에 매몰된 이명박 정부 말기였다.
당시는 UN 세계 협동조합의 해인데다 OECD·EU의 협동조합 제도 권고가 겹쳐 시의적절했으나 정부의 의지는 이에 따르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은 재정지출 없이 고용을 늘리는데만 주목했고 결국 부실 조합 범람에 그쳤다. 정부는 신생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금융•판로 등에 걸친 지원체계를 외면했다. 의도적인 방임이었다. 사회적 경제 기업도 시장에 맡기고 국가 개입은 최소화한다는 지침을 고수했다. 결과는 당연히 실패였다.
협동조합원은 큰 돈을 벌지는 못한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조직에서 극소수만 임원에 올라 벤츠를 굴리는 주식회사냐 소나타를 타면서 평생 잘릴 염려없이 느긋하게 사느냐의 차이다. 매달 수백만원의 의료보험에 투잡, 쓰리잡을 뛰는, 부유한 미국인이 되느냐 아침마다 허름한 카페 앞에서 그날그날 다른 에스프레소 맛 평가에 손짓발짓 열변을 토하는 이탈리아인이 되느냐의 차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멜로니 총리 방한에 맞춰 협동조합을 의제에 올릴만 했다. 이를 통해 현지 협동조합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국내 연착륙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의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하필 지금 이탈리아 총리가 무솔리니를 추종하는 극우였다. 두 정상이 셀카를 찍으며 화기애애했으나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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