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표
이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이란 시 중 일부다.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저따위 말의 유희에 천착했다.
이 시를 부르는 이유는 누군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이 땅에 와서 똬리를 튼 ‘뉴이재명’ 때문이다. 뉴이재명은 결재 사인 없는 문서로 온라인 공간을 뒤덮는다.
실체가 없으나 신문 활자로, 방송 음성으로 가공되면서 형체를 갖춘다. 풀어 설명하면 대선 전 이재명을 지지하지 않았으나 이후 제한적 팬덤이 된 부류라고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름 붙여진 시민이 많다. 일과 후 휴대폰을 받아 증권사 앱에서 미리 사둔 대장주 몇 주의 평가손익에 환호하는 육군 일병도, 강의시간 주식을 팔고 사는 대학생도 뉴이재명이 됐다.
그 부류의 대표가 누구인지, 총무가 누구며 조직담당이 누구인지 모르거나 없다. 한 인물이 떠오르긴 한다. 성과 이름을 뒤바뀐 순서로 쓰는 영선우라는 자다.
그는 페이스북 등 SNS에 진을 쳤다. 알려진 바로는 안철수-윤석열-한동훈을 거쳐 현재 민주당 온라인홍보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이른바 뉴이재명 그룹 운영자 및 관리자다.
실체 없는 ‘무엇’에 이름을 붙였다. 이름은 패찰이 되고 핵잠수함이 되고 탄도미사일이 돼 정가를 폭격한다. 머리와 팔다리 온전한 국회의원들이 이에 따라 몰려다니거나 영악한 이언주류는 자기 이마에 패찰을 붙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 득표율 41.1%에 임기 초반 지지율 84%였다. 그 때 아무도 뉴문재인을 들먹이지 않았다. 그런데 왜 지금 이름을 부르자 다가온 뉴이재명이 기승일까.
현상은 단순하지만 구조는 간단치 않다. 시작은 일본 전국시대 계보를 찾지 못한 폐족 사무라이 같은 정치낭인의 손가락 장난이었다. 이를 이른바 언론이 받아 키웠다.

뉴이재명에 가장 열광적인 매체는 경향신문이다. 주간경향은 지난해 김어준 현상을 특집으로 보도해 구설에 올랐다. 이른바 언론은 특정 이슈를 파헤칠 때 특별취재팀이란 걸 만든다.
취재팀은 이슈를 세분해 각각 꼭지를 맡아 며칠 동안 들이 판다.. 반은 팩트고 반은 데스크와 공유한 의견인 각각의 기사가 완성된다. 따지고 보면 심층적이지도, 정확하지 않은 ‘스페셜’이 탄생하는 과정이다.
김어준 특집은 뉴미디어에 대한 기성언론의 공포와 경멸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물이었다. 주간경향 특집은 본지 격인 경향신문 주필과 기자들도 공유한다.
최근 뉴이재명에 가장 적극적인 이른바 언론이 경향신문이다. 이들의 논조는 우호적이다. 뉴미디어에 대한 선병질적인 태도와 반대 방향으로 튀어 오른다.. 그래서 뉴이재명 현상은 간단치 않다.
시민은 가급적 가닥가닥 갈라진 실체의 뿌리를 찾아내야 한다. 여기서 갈라져 나온 사악한 가짜를 직시해야 한다. 100일 후 지방선거가 있기에 뉴이재명 이름표가 위험하다.
내 고향 충북 선거판에도 뉴이재명이란 허상과 여기 올라앉은 사이비가 기승을 부린다. 평생 국민의힘에 의탁해 권세를 누리려다 이재명 명찰을 달고 나온 자가 가짜 웃음으로 유권자를 희롱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김어준 채널에서 지명도를 높였다. 정과 사, 선과 악은 일목요연하지 않다. 공간과 시계열은 선형적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누가 먼저 누굴 불러내느냐에 따라 현상이 바뀐다.
뉴이재명을 불러낸 세력이 판을 흔들고 있다. 그 판에서 요동치는 자원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세상의 바보들은 나를 보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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