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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현경이랑 세상읽기

답 없는 헤맴, 답 없는 사랑

by 인권연대 숨 2026. 5. 26.
답 없는 헤맴, 답 없는 사랑
박현경(화가, 교사)

 

1.

202411월부터 20265월까지. 나의 일곱 번째 개인전 <내게 오는 날개>에 담긴 시간이다. 그 기간 나는 전교조 충북지부 지부장-사무처장 선거에 출마해 선거 운동을 하고, 사무처장이 되어 노동조합 활동에 몰두했다. 선생님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교장실도 가고 교육청도 가고 교육부도 가고 국회도 갔다. 성명서를 쓰고 보도자료를 내고 기자회견을 했다. 피켓 시위를 하고, 교육감실을 점거하고, 노숙을 했다. 어떤 일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어떤 일들은 다행히도 해결되었다. 학교에 출근해 수업을 하고 학생들과 어울리던 예전의 생활과는 많이 다른, 내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새로운 길이었다. 새로운 길을 걷는 건 쉽지 않았다. 재미있고 보람 있지만 동시에 불안하고 두렵고 고단했다. 하루하루 에너지를 남김없이 쏟았다. 그렇게 열아홉 달이 지나고, 그 진한 시간 뒤에 이 그림들이 남았다.

 

2.

불혹의 나이를 넘기고도 사춘기인 듯 갈팡질팡한다. 여전히 진로를 고민 중이고, 내년에 뭘 할지 불분명하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답이 없는 걸 알지만 탐색을 멈출 수 없다. 이 전시는 그 답 없는 헤맴, 답 없는 사랑의 기록이다.

 

3.

표준국어대사전은 천사종교적 신화에서, 천국에서 인간 세계에 파견되어 신과 인간의 중간에서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고, 인간의 기원을 신에게 전하는 사자(使者)’라고 정의한다. 천사는 천국’, 즉 하늘과 인간 세계’, 즉 땅 사이에 존재하는, 그러면서도 하늘과 땅 그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중간자적 존재다.

 

나의 실크스크린 작업 <초코눈물> 속 천사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어 안온한 천국의 품을 기꺼이 떠나 땅으로 향한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 수많은 눈[]을 달고, 사람들이 가엾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땅으로 떨어진다. 천사의 눈물은 진하고 달콤쌉싸름한 초코눈물. 사람들을 위해 천사가 흘린 그 초코눈물이 방울방울 흩어져 사람들 사는 마을을 향해 눈송이처럼 펑펑 쏟아진다. 참으로 답 없다. 답 없는 헤맴, 답 없는 사랑이다.

 

수채화 용지에 한국화 물감, 색연필 등으로 작업한 <천사> 연작과 실크스크린 <천사> 연작 속 천사는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중간자적 존재로서의 특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드넓은 날개는 하늘과 땅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하고 고단하게 헤매는 삶을 보여준다. 사람의 얼굴과 고양이의 얼굴이 섞여 있고, 남성의 울대뼈에 여성의 나체를 지니고 있으며, 동물의 몸에 꽃이 피고 잎이 돋아나 있다. 사람의 상체에 물고기의 하체를 갖고 있다. 이런 중간자적 특성은 그 어떤 카테고리에도 확실히 소속되지 못해 자기 정체성을 찾아 끊임없이 헤매게 되는 불안한 삶으로 이어진다. 작가인 나의 삶이 그러하다.

 

그런데 그 어떤 카테고리에도 확실히 소속되지 못하는 존재는 바꾸어 생각하면 여러 카테고리에 걸쳐 존재한다. 하늘과 땅, 물과 뭍, 사람과 짐승, 동물과 식물, 포유류와 어류와 조류, 남성과 여성 등을 모두 아우르는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중간자적 특성으로 인한 불안포용력으로 승화된다. 자신의 불안을 펼쳐서 타자를 아우르고 품는 존재. 작가인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하나의 읊조림이 나온다.

 

나의 불안을 펼쳐서, 너의 불안을 덮어 줄게.

나의 상처를 펼쳐서, 너의 상처를 덮어 줄게.

내 알록달록한 눈물로, 너에게 파도를 지어 줄게.

 

4.

사람들이 보고 싶어 수많은 눈[]을 달고, 사람들이 가엾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땅으로 떨어진 천사는 과연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불안하고 텅 빈 가슴을 채우고, 사람들과 초코눈물을 나눠 마실 수 있을까. 여전히 답 없는 헤맴, 답 없는 사랑이다. 답이 없는 걸 알지만 탐색을 멈출 수 없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를 향한다.

 

모든 두려움을 뛰어넘어 마침내 널 만날 거야.”

 

5.

박현경 일곱 번째 개인전 <내게 오는 날개>는 청주 아트센터 올리브에서 525일 월요일부터 66일 토요일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매일 11시부터 18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작가는 527일 수요일과 62일 화요일을 제외한 모든 날 전시장에 상주한다. 525일 오후 3시부터는 음악 공연과 와인 파티가 어우러지는 오프닝 행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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