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심한 집에서,
고양이 다섯 마리에게 저마다
이름을 붙여주고, 기르던 아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몸이 점점 부어와
결국에는 백 킬로그램 가까이 된 몸
휠체어에 기대어도,
삶의 이곳저곳 여러 손길에 기대어도,
작은 부딪힘이 두려워
조심해 주기를 부탁하던 아이가
일주일 만에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다.
태어날 때부터 병을 갖고 있어
열 살까지는 살 수 있다고 병원에서 들었다던 아이는,
열일곱 해를 살았다
떠나기 일주일 전,
서로 하고 싶은 활동을 한 가지씩 하고나서
작은 쿠키 몇 조각을 서로 먹겠다고
농담하였으며,
코끼리 아저씨 가사를 바꾸어가며
부르곤 웃기다고 낄낄거렸다.
다음 만남에는 무엇을 하자며,
어두워지니 옷깃을 한껏 여미고,
무릎담요를 둘러주고, 안녕하였다.
그러고는......
수요일 밤,
아이와 마지막 인사를 하러 들어가시는,
돌봄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었을 뿐.
영정 사진에서 희미하게
미소 띄고 있는 아이를 보았을 뿐...
아이의 영혼이 떠나가는 시간이라 생각되는 그 밤의 두 시간 동안,
나는 오열하지 않았다.
조용히 흐르는 눈물과 함께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가끔 마음 안에서 기억하겠노라고,
이제 두려움에서 벗어나
힘든 몸과 마음 벗고,
자유로와짐을 고요히, 축하하였다.
수고했다고, 고생 많았다고...
아이와의 기억을 추억하는 시간동안
조용히 흐르던 눈물은,
두 시간 정도 흐르자 그 슬픔을 멈추었고,
깊어진 밤 나는, 편안히 잠들었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아이들을 만나는 월요일,
그날의 스케줄로 아이들을 만나며
하루가 다 흐르도록
나는 그 아이 손길이 머물렀던,
교재들을 담담한 마음으로 대했다.
마지막 스케줄에서 S군이,
“Y가 떠나서 슬프세요?”라고 묻기 전에는...
“제가 자폐성장애 3급이라서 그러세요?”라고 물어,
“선생님은 너와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고 있어.” 대답하며,
그 순간 불쑥 흐른 눈물에 놀람과 회피를
표현했던 S군은 그날도, 당황하며, 뒤돌아섰다.
허나 이미 시작된 통곡은,
서둘러 S군을 보내고는 서러운 눈물이 되었다. 그를 애도하였다. 여린 그를 보내는 단단한 나를 애도하였다.
그 아이의 어머니를 기억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다니는 내내 작고 여린 몸으로 업어 키우고, 휠체어를 사용하고 나서도 아이가 엄마만 믿고 의지하여 허리에 탈이 날 정도로, 자신의 두 배가 되는 아이를 어르고 달랬던, 고마움의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아도,
미소를 지으며, 묵묵히 늘, 아이 뒤에 서 계시던 어머니.
아이들과 부모님들과 동행하고 있는 나를 돌보고, 나의 정성을 돌아보는 동기를 주는 기억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떠나간 소식은 어른들의 그것보다 나에게 치명적이지만, 다시 정성들여 살라는 엄중한 메시지를 남긴다. 그리고, 내가 즐겨듣는 노래를 불러주는 시와님의 나무의 말 노랫말처럼 너의 끝이 어디든 힘을 내어 살라는 삶의 태도에 관한 명확함의 힘까지도...
“매일같이 다른 하루 새로운 시작.
땅 속에 깊이 뿌리 단단하게 내리던 어제
하늘에 가지 높이 자라 잎을 빛내는 오늘
이제는 그만 마음 놓아 내게 편안히 기대
나의 그림자에 누워...”
** 그대에게 3
겨울 오후,
라디오에서 흐르는 기타 선율로 흐르는
카바티나에 차분히 허나 선명한 마음으로
그대에게 인사를 보냅니다.
일 년 동안 그대가 걸어오신 시간들,
그 시간 속에 때론 견디어 냈을 그대의
힘겨운 마음걸음에 위로를 띄웁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하여
길을 잃고 헤맨 순간의 절망과 분노에서
걸어나와
평온함을 회복한 고독한 발자욱에
안심의 초록빛 스탬프 보내드려요.
오해로 얼룩진 생각과
그 생각에 이어지는 끝없는
자책과 수치심, 깊어지는 상처를
자기 돌봄의 에너지로 전환하신
애씀에,
홀가분함의 하늘거림으로 축하합니다.
해가 바뀌는 새로운 시간도
어제와 같이,
오늘과 같이,
너그럽게
정성들여
걸어가실 그대의 길 위에
따뜻하고 각별한 마음의 꽃잎 흩뿌립니다.
깊이, 사랑합니다.
'소식지 >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59호> 고마워요_잔디(允) (0) | 2019.10.23 |
---|---|
<제58호> 산위에서 부는 바람 - 다시 바람을 맞겠지_잔디(允) (0) | 2019.10.23 |
<제78호> 詩月_잔디(允) (0) | 2019.10.17 |
<제77호> 그 아이의 시간_잔디(允) (0) | 2019.10.15 |
<제76호> 지나간... 지나온...,_잔디(允) (0) | 2019.10.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