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었던 강이 녹아 흐른다.
겨우내 언 강 아래서도 물이 흐르고 있었음을 생각한다.
화가 나거나 고집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흐르고 있었을 내 몸 속의 수분을 그리워한다.
단단하게 굳어있다고 여겨졌을 마음,
그 마음 아래에서 흐르고 있었을 내 마음, 그 줄기를 찾아
내 진정성을 보고야 말겠다는
그런, 굳은 다짐은 아니다.
흐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을 뿐.
나의 블로그 닉네임처럼.
흐르는 나무처럼...
제주 가는 비행기에서 친구가 만났다던
그 하늘 이야기가 기억난다.
세차게 내리는 비.
그 위 구름.
구름 위의 청아한 하늘.
늘 거기에 있었을
티 없이 높고
맑은 하늘.
그것과 같을 내 마음의 참 모습...
2.
내 오랜 친구랑, 일상의 사소함을 알콩달콩 수다하는 내 친구랑, 톨레 선생님께서 제안하신 새로운 영성 수련 방법을 이야기하다 눈물 빼고, 배꼽잡고 웃었다.
그 방법은...
내 생각을 너무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 것...
나는 그동안 많이 진지하였고,
여전히 자주 진지하다. 심지어는,
큰 아이에게 “엄마, 진지충이야?”라는 빈정거림을 듣는다.
허나, 그녀석의 동무들도 나에게 묻는다.
“아줌마, 하늘이 집에서도 진지충이에요?”......ㅋㅋㅋ
함께 수다하던 우리, 그날,
그 문장의 가벼움과 유쾌함에 기운 받았다.
진지함의 나무 기둥을 붙잡고 왜 이리 나만 힘드냐고 중얼거리다 머릿속에 한 대 탁~! 맞는 순간,... 그 기둥을 놓아....
자유롭게 걸어보렴...
3.
지난해 깊은 마음 나누던 동료를 위급상황에서 심폐소생술로, 정성으로 살리려다 떠나보낸 나의 동료에게 보낸 문자를 그대에게 보냅니다.
오늘, 시린 아침에 산책하다가,
그래 저 참나무처럼 살아보자고 그대에게 말해보아야지 생각했어요.
그저 흘러가자고...그것뿐 다른 길이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대... 한 달여 동안 그대에게 하고 싶었던 그말...
여기 제가 볼 수 있는 곳에 있어 주어서 고마워요. 새로운 내일, 만나요...
4.
겨울동안 아껴먹던 감자를 다 먹던 날.
여섯 알 남은 감자 껍질을 벗기며,
울컥 눈물 또르르 떨어지던 그날,
감자싹을 도려내는 것이 날카롭고 가혹하게, 혹은 미안하게 다가온 그 아침.
이 생명을 자르고, 이 생명을 받아,
먹고 살아갈만치 나, 의미 있는 생명인가...,
그렇게 진지하다가 막내가 잠에서 깨어나 엄마~하고 불러
그 진지함에서 나도 깨어 나왔던 그 아침. 허나 하루종일 맴돌던 그생각.
다른 생명을 받아먹고 살아갈 만치 의미 있는 생명인지, 그리 살아가고 있는지를 나에게 묻던 그 하루, 그 하루의 여운이 내내 남아 있다. 하루내내 묻다가 고마움과 감사로 물들어가는 것 밖에 다른 답이 없다고 말하며 잠들던 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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