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식지/산 위에서 부는 바람

<제48호> 깊게, 고요하게..._잔디(允)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0. 6. 16.

 

바퀴처럼

내 자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며

스스로 나를 지탱해 가고 있어요.

그러니, 오 총명한 사람이여

당신 또한 너무 두려워할 것 없어요.

행복하기만 한 사람,

늘 불행하기만 한 사람 뉘 있겠소.

삶이란 바퀴의 테처럼 위로 아래로

늘 바뀌는 거 아니오?

- 칼리다사의 메가두타중에서.

 

결국, 나는 내발자국 내며

여기까지 걸어왔다.

눈치 보며.....

착하고 싶다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대체적으로 모나지 않게 굴려고 노력하며,

속과 겉이 다르게,

아니 이 표현보다는 속에 있는 부분을,

생각을 드러내지 않으려하며,

드러내더라도 상대가 좋아할 방향으로,

내속이 편하기보다 웬만하면 상대가 속 편할 방향으로...

허나, 그 선택이 과연 상대를,

나를 편안하게 했을까?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던

빈 나뭇가지에서 초록이

꽃처럼 피어나는 지금,

나는 내가 머무는 자리,

변하지 않고, 머물러있는 내 모습이 싫어,

떠나고 싶었다.

내 형체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출근길에 하얗게 피어난 목련을 잠시라도, 서서, 바라보고 싶었으나,

출근 시간이 빠듯하여 그냥 내질러

차를 모는 나에게, 서운하였다.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잠재우고 싶다.

꿈틀거리는 서운함들,

용솟음치는 분노들,

쓰러지는 실망감들,

그것이 뒤엉켜 혼란스러운 감정들...

상대의 마음에 이끌려

내속을 후벼파는 생각들,

내 마음을 속이는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 생각, 생각들.

그런 모든 생각들을 붙잡고 괴로워하고 있는 나...

내가 다가가고 싶을 때

다가가고

내가 열려 내보이고 싶을 때

열어 보이고,

내 뒤가 끌리는,

내 영혼을 끌어당기는

상대의 에너지를 내가 거부하고자 할 때는 거부하고 싶다.

거부하고 싶을 때는, 그것이 싫다고

표현하고 싶다.

헌데

내가 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무엇을 왜 잡고 있는지

나는

고요히

그것을 들여다보고 싶다.

깊게, 고요하게.

지금은 웅크리고 있는 시간,

한껏 기지개 펴는 순간이 빠른 시일 내에 오지 않더라도,

이번에는,

,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

나는 무엇을 잡고 있을까...

그것을 왜 잡고 있을까...

 

이 생각의 끝에서 나는 내 부모에게서

분리되고 싶다. 내 속에서 나를 조종하는 그 목소리에서 떠나오고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