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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수희씨와 책읽기(종료)

<106호> 노나메기 세상을 위해 평범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1. 2. 23.

 

백기완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래서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을 꿈처럼 남겨놓고.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늘 앞에 서 계셨던 분이다. 마지막에 남긴 말씀은 김진숙 힘내라였단다. 뭉클했다. 서러움도 솟았다. 한 시대가 이렇게 저무는구나, 어쩌면 노나메기 세상은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아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선생의 죽음에 많은 이들이 슬퍼한다. 너도 나도 잘사는 게 아니라 너무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코로나 19가 많은 걸 바꿔가고 있다.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무너진다는 걸 지난 일년간 배웠다. 하루에도 몇 개의 일자리를 뛰는 고단한 노동자들의 삶, 무너진 공동체 탓에 혼자 버려진 사람들, 돌봄 노동에 지친 사람들의 삶이 드러났다. 노동자들이 처한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김용균 님이 죽은 이후에도 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이 끼어죽고, 깔려죽고, 떨어져죽고, 배달을 하다가 과로사로 죽고 있다. 그런데도 대책이 보이질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뉴스를 들었다. 완벽한 K자란다. 정치권은 재난 지원금 논의를 계속해서 하고는 있지만 선별이냐, 보편적 지급이냐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도 정치인들간에 썰전으로만 소비되는 양상이다. 뉴스를 하루 종일 끼고 사는 편인데도 이제 이런 뉴스는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왜일까?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소모적인 정쟁만 전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뭔가 확 바뀌고 있는 것 같은데 아는 게 없어서, 가진 게 없어서 불안하다. 정치철학자 김만권의 책 <새로운 가난이 온다>는 그래서 읽은 책이다.

 

<새로운 가난이 온다>는 지금에 우리가 인간답게 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김만권 박사는 지금을 제2 기계시대라고 말하면서 기술의 발전이 자본주의의 본질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변화하는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인간과 기계가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을지, 왜 극소수에게만 부가 집중되는지, 왜 승자와 엘리트독식 사회에서 노동이 혐오와 모멸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어떤 시도를 해볼 수 있는지 그래서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요즘 여기저기서 능력주의의 문제를 꼬집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결이 다른 주장이긴 하지만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도 최근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능력주의가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고, 하승우 박사는 <신분피라미드 사회>라는 책에서 능력주의로 포장된 신분피라미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만권 철학자도 능력주의의 실체를 말한다. 능력주의가 평범한 사람들을 무기력과 자기 혐오에 빠뜨린다고, 2기계시대가 만들어낸 불안과 불평등 탓에 엘리트 부모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자녀에게 세습하려고, 능력을 만들어서라도 물려주려고 한다고 그래서 능력주의가 퍼지면 퍼질수록 혐오와 차별이 확대되고 사회 구성원들간에 연대는 가로막히게 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이후에 경제지표가 완벽한 K자를 드러냈다는 뉴스를 봤다. 양극화가 극심해졌다는 뜻이다. 김만권 철학자는 21세기 디지털 기술시대가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한다며 제2 기계 시대엔 디지털 기술에 대한 평등한 접근성과 활용가능성이 평등한 시민의 삶을 누리는데 필수 요소가 됐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기술도, 자본도, 정치권력도 소수의 정치엘리트와 부유층이 독점해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말하지만 갈수록 세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배운다. 권력과 자본을 가진 이들은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서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데 더 앞장이다. 이제 우리는 소비력이 없으면 사람취급도 받지 못하는 잉여 취급을 받는다. 대안은 무엇인가? 김만권 철학자는 이제 인간과 기계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며 로봇세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봇세를 거둬 노동자들에게 지원하자고 한다. 구글세도 마찬가지다. 초국적 기업인 구글은 우리의 정보를 가지고 막대한 수입을 창출하면서도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는다. 다음은 전 국민 고용보험, 그리고 기본 소득이다.

 

이제는 노동 중심적 분배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나갈 수 있는 제도적 혁신을 꾀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일수록 고립되기 마련이라며 평범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건 연대라고 말한다. 연대가 가능하게 제도적 보호장치를 만들고 그 제도가 다시 연대를 강화해 나가는 선순환을 만들자고. 우리가 내딛을 수 있는 첫 걸음은 서로의 손을 맞잡는 연대라고 차별과 혐오대신에 서로를 보호하려는 마음을 품는다면 우리를 지켜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위기에 뒤로 남겨지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자는 간절한 외침에 백기완 선생님이 말한 노나메기 세상이 바로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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