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식지/수희씨와 책읽기(종료)

<108호> ‘이남자’ 타령 이제 그만! 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1. 4. 26.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의 성희롱 사건이 계기가 돼 치러진 서울 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아직까지도 참 많은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의 대참패로 끝났기에, 내년에는 대선도 있어서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하는 게 중요한 모양이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게 아니었느니 부동산 문제에 대처를 못해서 졌느니, 조국 사태가 시발점이다 아니다 등등. 이런 저런 분석을 들으면서도 시원하진 않다. 가장 어이없는 분석은 민주당이 선거 패배 원인으로 페미니즘 탓을 한 거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20대들의 선택이다. 20대 남성과 여성의 투표가 참 극명하게 갈렸다. 20대 남성들은 오세훈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고, 20대 여성들은 제3의 후보를 선택했다. “역사를 모르는 20라는 말에 단순히 열 받아서, 반페미니즘 정서가 오세훈에게 표를 몰아준 것은 아닐 것이다.

 

 

20대 남성들은 사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부터 줄곧 문재인 정부를 지지 하지 않아왔다. 이런 현상을 분석하는 수많은 기사들도 많았고, “20대 개새끼론도 등장했다. 대체 왜 20대 남성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특이점들이 나타나게 된 것일까,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본 기사도 등장했다. 20194월 시사인 천관율 기자는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연재기획 보도를 선보였다. 웹 조사 방식으로 20~30대 천명에게 (남성과 여성 각 500) 208개의 질문을 던지고 이를 분석한 역사적인(!) 보도였다. 천 기자는 20대 남자들이 대체 누구길래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20대 남자 현상에 관한 모든 것을 다 물었다. 이 기사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대 남자>라는 책으로 묶여 나왔다. 최근에 다시 책을 찾아 읽었다. 20대 남자 현상에 대해 실체적으로 들여다보려면 썰 보다는 데이터가 낫지 싶어서다.

 

20대 남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거의 모든 부분에서 여성보다 자신들이 더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더 불리하다고 보는 취업이나 성차별 등에 대해서도 남성차별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며, 취업기회도 남성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업무능력이나 사회생활면에서는 남성이 더 뛰어나다고 답한다. 20대 남성들은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페미니즘은 남녀의 동등한 지위와 기회 부여를 이루려는 운동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에 대체로 부합하는 문장을 제시하고 찬반을 물어봤더니 모든 세대와 성별에서 동의 의견이 절반을 넘겼는데 20대 남자만 정확히 반대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20대 남성들은 페미니즘과 관련한 모든 질문에 적대감을 드러냈다. 20대 남성들은 왜 반페미니즘에 환호하고 여성들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들이 특별히 더 공정을 중요시하는 세대라서 그런 것일까? 천관율 기자는 20대 남성들이 공정에 집착하는 것에 특별한 맥락이 없지만 그들이 기성세대나 여성에 의해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강한 정체성을 보인다고 짚어냈다. 천 기자는 책 머리글에서 지금 20대 남자들이 화가 나 있다면 그들은 불리해서가 아니라 불의하다고 화를 내는 것이라며 이걸 이해해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정치권은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까?!

 

<20대 남자> 책에서도 20대 여성을 따로 분석한다. 20대 여성들이 투표 참여와 정치적 자신감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지만 개인의 성취도 면에서는 열패감 비율이 높고 경쟁에 피로를 느낀다고 20대 남성에 비해서 높은 비율로 답했다. 2017년 대선 때에도 20대 여성들의 투표율이 76.2%를 기록했다. 투표율도 높지만 20대 여성들은 진보적 성향도 뚜렷하게 보여주며 정치적 파워도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대 여성들은 문재인 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는 20대 여성들이 더 이상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잇따른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가 한 몫 했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계속해서 보여준 2차 가해와 이를 묵인하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지 않았는가!

 

요즘엔 20대 남자를 줄여 이남자라고 부른다. 언론의 이남자타령이 넘쳐난다. ‘이남자를 분석하면 선거에 이길 수 있으니까?! 차라리 20대 여성들이 원하는 정치는 무엇인지에 더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것이 상식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15%,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차마 찍을 수 없었던 그들의 위대한 선택에 위안을 삼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