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마스크까지 써야 하니 참 답답하다. 대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코로나 현실은 더 답답하다. 코로나19는 참 많은 사실들을 확인시켜줬다. 우리 삶에 곳곳이 재난 상황에 취약하다는 걸 알려줬다. 재택근무의 확산, 배달문화의 일상화 그 이면에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 환경인지를 알게 했다. 하루 종일 두 세 개의 일자리를 채워 나갔던 사람들, 콜 센터나 물류센터 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인지도 알았다. 자영업자들도 아우성이다. 문을 닫는 가게들이 속출하는데 대책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국민들을 돕겠다며(?)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5월 전 국민에게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이 주어졌다. 누구는 소고기를 사먹었다 하고, 안경을 맞추었다하고, 옷을 사 입기도 했다는 재난 지원금이다. 그 이후에는 소상공인들이나 미취업 청년, 돌봄 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해서 3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됐고, 최근 또 다시 4차 지원금 논의를 하고 있다. 이때마다 언론에 주로 등장했던 이야기들은 보편적 지급이냐 선별지급이냐 정도였다. 재난지원금이 필요하긴 필요하고, 나름 효과도 보지 않았느냐는 의견도 많았지만 여전히 왜 보편적인 지급을 해야 하냐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으며, 나라 재정이 어려워지면 안 된다는 주장도 빠지지 않는다. 딱 여기까지다. 이 이야길 일 년째 반복하고 있다. 한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
코로나 19로 인해 재난지원금을 지급받았을 때 이제 우리 사회에도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왔다. 재난지원금 보편지급도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도 있었고, 재난 상황이라는 한정된 제약을 둘 수도 있겠지만 기본소득이 있어야 위기에서 버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조직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고 여당의 대선 주자는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고,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안 좋은 징후들도 많이 나타났음에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아 보였다. 나 역시도 말만 들었지 기본소득이 대체 무엇인지, 정말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전혀 공부하지 않았다. 그래서 읽어 본 책이 <기본소득시대>이다. 이 책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여러 사람들의 글을 모았다. 기본소득의 탄생에서부터 한국에서 가능할지 등을 두루 살핀 글들을 엮었다.
기본소득이 최근에 나온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이미 18세기에 토머스페인이 주장한 개념이라고 한다. 18세기에 만들어진 개념이 여러 세기를 지나면서 경제체제의 변화로 인해 변화되어 왔지만 “인구 대다수의 삶의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때마다 기본소득 요구가 집중적으로 터져 나왔다”는 걸 기본소득의 역사는 알려준다고 한다. ‘21세기 자본주의의 흐름과 기본소득의 탄생’을 정리한 홍기빈 전환사회연구소 공동대표는 기본소득을 “모든 이들에게 실질적 자유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개념의 사회정책의 범주”라며, “현금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개인에게 지급되어야 한다, 아무 조건 없이 지급되어야 한다, 수혜자의 재산이나 소득상태와 무관하게 모두에게 지급된다”는 조건을 소개했다. 홍기빈 대표는 기본소득에 대한 최근 논의도 소개한다. 특히 “불안정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의 조건과 생산자로서의 정신적 육체적 역량을 개선할 수 있어야 하지만 소득이 불안정하거나 거의 없는 계급에게는 그런 기회를 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 때문에 파편화된 일자리에 묶인 상태를 무한히 되풀이 할 수밖에 없으니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한 활동자금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모두를 위한 우리 각자의 기본소득’을 쓴 백희원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운영위원은 “기본소득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버티거나 행동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실업자에게는 일을 구하기 위한 학습의 기회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노동자에게는 일을 쉬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삶의 문제에 대한 통제력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기본소득이 실질적 자유를 확장한다는 가치를 잘 설명해준다. 그런데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이 좋다”는 것에 우리 사회가 사회적 합의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재난지원금 논란을 지켜보면 더욱 그렇다.
코로나 19와 기후 위기로 기본소득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들은 계속 펼쳐지는데 왜 이렇게 논의가 안 될까 싶어 답답하다. 여당의 후보가 기본소득 공약을 내세워 반짝 관심을 끌기도 했는데 그마저도 후퇴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지사가 내세우는 지역화폐 지급으로 지역경기 활성화시키는 게 기본소득이 맞는 건가 하는 의문도 든다.
모두를 위한 실질적인 자유라는 엄청난 미션을 우리 사회는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 안되는지도 모르겠다. 매일같이 윤석열이 입당하냐 안하냐를 이야기하느라 수많은 말과 글이 쏟아진다. 언론은 정치인, 변호사, 평론가 등 전문직 타이틀을 내건 이들을 불러다 하나마나 한 이야기만 한다. 언론이 매일같이 기본소득을 토론한다면, 재난지원금을 이야기한다면 상황은 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하는 빤한 생각을 나는 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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