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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제70호>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_정미진(청주KYC 활동가)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19. 10. 1.

인권연대 숨을 만난지 벌써 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나의 지난 2년은 너무나 많은 우여곡절과 불안감에 매일 고민하고 아등바등 싸우며 보냈는데, 2년 숨에서의 시간은 불편함 없이 불안함 없이 그렇게 지나갔다. 돌아봤을 때 인상 깊었던 기억은 내 속마음에 함께 끄덕이며 맞장구치는 이은규 일꾼님과 목요강독회의 얼굴들 정도이다. 그것을 제외하면 정신없는 요즘 세상에 신기할 만큼 무던하게 시간이 지나갔다. 나에게 이 사실은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다.

나는 한국의 20대 이다. 단 몇 개월, 1년의 시간도 맘 편히 보내면 안되는 줄 알았다. 면접장에서 졸업 후 몇 개월, 1년의 자기시간을 취조 받는 현상도 당연하게 여기는 나의 친구들처럼. 그래서 나에게는 불편함, 불안함 없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목요강독회의 새로운 손님은 혐오의 표현을 주제로 한 홍성수작가의 말이 칼이될 때. 저번 주 강독회에서 나눈 대화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였다. 표현의 자유를 통해 소수자, 약자가 목소리를 내고 목소리를 내면서 인권이란 것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상하게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곱씹어 보니 나와 내 또래들이 계속 떠올랐다.

 

나와 내 친구들의 인생을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생존의 위협을 경험할 만큼 가난하지도, 교육의 터울 안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안전히 졸업하고 심지어 대학교도 졸업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찾아볼 수 있고 누릴 수 있던 인터넷 세대이다. 내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언제나 우리자신보다 부모세대가 더욱 심각하게 하니 내 걱정은 상대적으로 신경 쓸 일도 아니었다. ‘헌신’, ‘부모란 이름하에 부모의 돈을 참 쉽게도 사용했으며 그 돈을 벌기 위해 내 부모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마음인지 이야기를 나눈 기억보단 그 돈을 쓰는 나에 대한 부모의 기대를 더 많이 들으면서 자랐다. 그래서 1순위 말 잘 듣기, 2순위 남보다 못나지 않기, 3순위 휴식에 대한 욕구 정도, 그리고 남은 시간 나의 적성, 직업에 대한 고민정도로 유년기를 보냈던 것 같다. 부족한 것 없이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가족에게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나는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존중받았을까?

 

요즘 나의 최대 고민은 분명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데, 내가 명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건 가끔 전화 오는 내 친구들이 일하는 기계가 된 것 같다는 고통과 너무 억울한 일이 많다고 호소한다. 원하는 일을 하는 내가 샘이 날만큼 부럽다고 한다. 나 참. 환장할 노릇이다. 장난 섞인 말로 그 호소는 나한테 말할게 하니라 노동조합에 말할 일이라 하니 그럼 언니가 와서 노동조합을 만들어 달라 한다. 참으로 실없고 유쾌한 대화이다. 일은 절대 못 그만 두겠단다. 돈 없이 사는 건 죄인이나 다름없다고, 돈이라도 있어야 된다고 한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지 공감한다.

 

지역의 청년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요즘 제법 의미 있는 고민을 하곤 하는데 그 첫 번째 질문은 청년문제의 정의다. 남들이 말하는 것에 공감하는 것 말고, 정말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뭘까? 이다. 청년단체에서 일한다고 하면 모두 자신도 관심이 많다며 대화를 청한다. 그리고 그 대화의 끝은 비슷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 때도 힘들었어’. ‘불만만 말하지 말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해결되는데?’ 라는 의미이다. 내가 그 답을 알면 대통령을 하지..라고 소심하게 생각하다가도 마음 한 켠이 무거워 진다.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청년답게 창의적이게, 신선하게 시도한다고 했지만 돌아보면 돈 가진 사람에게 맞추는 정도뿐 일까봐 마음이 무겁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실패할 일이라도 내 것을 하고 싶다.

너무나 복잡하고 변하기 어려워진 사회 속에서 20대로 경험하는 일상 속 불편함과 사색을 조금씩 풀어나가 보려 한다. 그렇게 하나 둘 글로 풀어가다 보면 우리 길을 찾는 힌트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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