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식지/살며 사랑하며

<123호> 그저, 바람. 바람._동글이

by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2022. 8. 2.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런데도 한 없이 내려앉는 마음, 그 마음을 잡아두고 싶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그냥, 일몰이 보고 싶었다.

매일 뜨고, 지는 해가 왜 이리 그곳에서 보고 싶었는지.

바람을 따라 달리고, 또 달려도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은 나오지 않았다.

계속해서 20, 15분 더. 도착 시간이 줄지 않았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괜히 스쿠터 속도를 내지 못하는 친구를 원망했다.

해가 뭐라고.

 

그냥 아무 바다에 멈춰섰다.

해가 잠잠히 내려앉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일을 생각했다.

오래 앉아 사색할 틈도 없이 시간은 분주히 흘렀다.

어두워질 밤과 혼자 돌아가야 할 길을 생각해야 했다.

서쪽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길, 1시간.

스쿠터 최고 속력으로 달려봐도 60.

달려도 달려도 도착 시간이 줄지 않는 것 같았다.

 

자연스런 바람인데.

바람이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 소리에 무서워서 눈물이 났다.

너무 무서워서 내 눈물을 누가 보고 와서

위로해주고, 도와주는 모습을 상상했다.

바람이 움직일 때마다

나는 연신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바람에 통통 같이 날라 오는 돌멩이는 내 몸을 따갑게 했다.

 

일어나지 않은 생각에 생각이 나를 위협했고,

나는 두려움에 사무쳤다.

바람의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자연에게 나를 알리고, 놀래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노래를 부르며 계속해서 달렸다.

온갖 두려운 생각에 싸여 어둠을 뚫어내며

어찌할 수 없이

그저 부는 바람인걸

처한 상황에 따라 마음이 이리도 달라지는 것을

먹은 마음 없이

바람은 그저 있었을텐데

 

나는

여기 저기서 불어오는 바람에게

오늘도 배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