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현경이랑 세상읽기37 <122호> 삶에 대한 어떤 해석_박현경(화가) 오는 7월 19일부터 24일까지 숲속갤러리에서 열릴 나의 개인전을 한창 준비하고 있다. 학교 근무를 하는 기간에는 날마다 출근 전 삼십 분, 퇴근 후 세 시간 정도씩 꼬박꼬박 작업했고, 집에 있는 날은 보통 하루에 여섯 시간 내지 여덟 시간씩 꾸준히 작업해 왔다. 그림은 내게 무척 즐거운 일인 동시에, 즐거운 일을 훌쩍 뛰어넘는 무언가, 즉 삶 자체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 즐거운 일을 하지 않는 채로 살 수는 있지만, 살지 않는 채로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 만큼 내 그림들엔 삶 속에서 내게 다가오는 온갖 생각과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 전시할 작품들에는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주인공은 바로 괴물들일 것이다. 언제부턴가 내 그림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2022. 6. 28. <121호> 좋았던 그 시절의 사진 한 장 품에 안고 _ 박현경 제목: 좋았던 그 시절의 사진 한 장 품에 안고 / 글쓴이: 박현경(화가) 좋았던 그 시절의 사진 한 장 품에 안고 마냥 걷는다 마냥 걷는다 좋았던 그 사람의 편지 한 장 손에 쥐고 마냥 걷는다 마냥 걷는다 얼어붙은 달밤을 혼자 걸어간다 -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마냥 걷는다’ 가사 일부 얼마 전 길동무 도서관에서 ‘공감의 경제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인문학 강의에 남편과 함께 참석했다. 이 강의에서 강사인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님은 과거의 학교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산업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을 양성해 왔는지 언급했다. 지루한 수업 시간 동안 ‘졸지 않는 연습’을 시키고, 야간 자습 때는 ‘야근하는 연습’을 시키고, 체벌을 통해 ‘모욕을 참는 연습’을 시켰다는 것. 이 이야기에 나를 포함한 청중.. 2022. 6. 2. <120호> 제목: 비겁함에 대하여 (1) _ 박현경(화가) ※ 아래의 이야기는 픽션일 수 있으며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허구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 이야기는 바로 당신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상황 1] 교장과 교감의 지시가 불합리할 뿐 아니라 황당하기까지 하다는 데에는 다들 이견이 없어 보였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지 양식을 뜯어고쳐 문항 배치, 엔터 치는 자리, 스페이스 바 치는 자리 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모조리 통일하라는 거였다. 평가 업무 담당 부장 교사인 K가 보기에 이는, 과목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무지한 처사인 동시에,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에 대한 침해이기도 했다. 더욱이 교사들이 문제를 출제할 때 이런 자잘한 형식 규칙에 정신을 빼앗길수록 정작 중요한 내용 면에서 실수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K는 지난.. 2022. 4. 27. 이전 1 ··· 9 10 11 12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