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현경이랑 세상읽기34 <119호> 도움의 품격 (2) _ 박현경(화가) “……그렇게 미웠던 그 사람에 대해서 어느 순간 기적처럼 마음이 바뀌었어요.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까?’ 온통 그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힘든 사람이니까 내가 도와줘야겠다 싶었어요.” 남자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감격하고 있었다. 타인의 힘겨움에 대한 내 공감 능력이 꽤 자랑스러웠다. 그랬기에 당연히 “현경 씨는 역시 참 좋은 사람이에요.” 정도의 반응을 기대했건만, 남자친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놓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네?”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까만 생각하는 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어? 네?” “그 사람이 얼마나 즐거울까를 생각하는 게 그 사람에 대한 예의죠.” 처음엔 그 말이 섭섭하게.. 2022. 3. 29. 이전 1 ···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