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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현경이랑 세상읽기33

<121호> 좋았던 그 시절의 사진 한 장 품에 안고 _ 박현경 제목: 좋았던 그 시절의 사진 한 장 품에 안고 / 글쓴이: 박현경(화가) 좋았던 그 시절의 사진 한 장 품에 안고 마냥 걷는다 마냥 걷는다 좋았던 그 사람의 편지 한 장 손에 쥐고 마냥 걷는다 마냥 걷는다 얼어붙은 달밤을 혼자 걸어간다 -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마냥 걷는다’ 가사 일부 얼마 전 길동무 도서관에서 ‘공감의 경제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인문학 강의에 남편과 함께 참석했다. 이 강의에서 강사인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님은 과거의 학교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산업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을 양성해 왔는지 언급했다. 지루한 수업 시간 동안 ‘졸지 않는 연습’을 시키고, 야간 자습 때는 ‘야근하는 연습’을 시키고, 체벌을 통해 ‘모욕을 참는 연습’을 시켰다는 것. 이 이야기에 나를 포함한 청중.. 2022. 6. 2.
<120호> 제목: 비겁함에 대하여 (1) _ 박현경(화가) ※ 아래의 이야기는 픽션일 수 있으며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허구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 이야기는 바로 당신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상황 1] 교장과 교감의 지시가 불합리할 뿐 아니라 황당하기까지 하다는 데에는 다들 이견이 없어 보였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지 양식을 뜯어고쳐 문항 배치, 엔터 치는 자리, 스페이스 바 치는 자리 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모조리 통일하라는 거였다. 평가 업무 담당 부장 교사인 K가 보기에 이는, 과목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무지한 처사인 동시에,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에 대한 침해이기도 했다. 더욱이 교사들이 문제를 출제할 때 이런 자잘한 형식 규칙에 정신을 빼앗길수록 정작 중요한 내용 면에서 실수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K는 지난.. 2022. 4. 27.
<119호> 도움의 품격 (2) _ 박현경(화가) “……그렇게 미웠던 그 사람에 대해서 어느 순간 기적처럼 마음이 바뀌었어요.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까?’ 온통 그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힘든 사람이니까 내가 도와줘야겠다 싶었어요.” 남자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감격하고 있었다. 타인의 힘겨움에 대한 내 공감 능력이 꽤 자랑스러웠다. 그랬기에 당연히 “현경 씨는 역시 참 좋은 사람이에요.” 정도의 반응을 기대했건만, 남자친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놓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네?”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까만 생각하는 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어? 네?” “그 사람이 얼마나 즐거울까를 생각하는 게 그 사람에 대한 예의죠.” 처음엔 그 말이 섭섭하게.. 2022.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