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606 <111호> 종이 선생_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아빠가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집에는 짙고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송두리째 바뀌니, 그에 따라 내면도 자연스레 변했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해냈으며,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즈음 나는 종종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죽음 앞에 벌거벗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주 떠올렸다. 어느 날은 세상만사가 쉬워 보이기도 했고, 어느 날은 한없이 어려워 보이기도 했다. 알 수 없는 동질감에서 비롯된 걸까. 그 무렵 내게는 남의 불행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원인을 해부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불행의 형태는 다 달랐다. 어떤 불행은 처절했으며, 어떤 불행은 천진했고, 어떤 불행은 아름다웠다. 남의 불행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거기서 내.. 2021. 7. 22. 미진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미진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1987년 6월 거리가 아닌 공장에 있던 누군가는 다른 이유가 아닌 ‘노동이 힘들어서’ 숨죽여 울었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조명받거나 대접받지 못하는 시대였지만 서로 모여앉아 다른 세상을 꿈꾸기를 선택했고 더 이상 공장생활을 할 수 없어 사회로 나왔을 땐 자신들은 기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억할 수 없는 수많은 이들의 희생 위에 우리가 서 있음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외치고 싶었다. 2021년 6월 11일. 6월 항쟁 in 청주 ‘여성에게 묻다’ 2021. 6. 28. <110호> ‘노오력’ 한다고 달라지지 않아! 공정으로 포장한 능력주의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6살 때 친하게 지내던 딸아이 친구는 7살이 되면서 영어유치원으로 옮겼다. 딸아이는 친구와 같이 영어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졸랐다. 나는 영어유치원에 가면 하루 종일 영어만 한다는데 괜찮겠어? 라는 말로 딸아이를 단념(?) 시켰다. 영어유치원은 내 가치관에도 맞지 않고 무엇보다 경제적 형편도 맞지 않아 생각조차 안했는데 막상 아이가 영어유치원 가고 싶다고 노랠 부르니 썩 맘이 좋지 않았다. 영어유치원 다니는 아이의 단짝 친구는 사립 초등학교로 진학할 계획이다. 단짝 친구지만 이제 자연스럽게 멀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이야 어리니까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은데 아이가 커서 혹시라도 부모 탓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내 아이와 그 친구는 출발선이 다르다. 아이가 점점 커가다 보니 교육 문제로.. 2021. 6. 28. 이전 1 ··· 97 98 99 100 101 102 103 ··· 20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