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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606

<112호> 세현과 잔디_잔디(允) 풀어도 풀어도 여전히 어딘가로 들어가지도 못한 짐과 짐 사이를 산책하듯, 거닐고 있을 무렵 그에게서 문자가 도착하였다. 오늘 출발할까요? 아, 그가 휴가를 맞아 나에게 온다고 했었지... 늘 혼자 보내던 휴가를 잠시, 나와 함께 보내고 싶다고 했었지... 일정을 서로 확인하고, 아이들이 격주 토요일 마다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마치자마자 돌아오고, 남편과 비내리는 날의 짧은 데이트도 잠시 즐기고, 저녁을 잘 먹지 않는 그이지만, 저녁 식사로 옥수수 한 개를 먹고 싶다하여, 돌아오는 길에 옥수수를 구입하고, 서둘러, 드디어, 오후 여섯 시쯤 마당에 먼저 도착한 그와 만나, 눈으로 먼저 인사하고,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스물 세 살 여름에 만나, 스물 다섯 살 겨울이 될 때까지 때때로 만나 서로를 나누던 그와.. 2021. 8. 30.
<112호> 병원 투어_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마취통증의학과, 외과, 피부과를 번갈아 가며 다니고 있다. 공 세 개를 손에서 팽팽 돌리며 저글링 하듯, 일주일에 병원 세 군데를 돌고, 돌고 돈다. 최근 1년 사이 입원도 세 번이나 했다. 이 정도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수준이다. 서른을 기점으로 병원에 드나드는 일이 잦아졌다. 몸을 혹사한 탓인지 나이를 먹어가는 탓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어찌됐든 면역력과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걸 몸으로 체감한다. 정확히 29살이던 해 12월이었다. 6개월간의 수습기자 생활 막바지에 대상포진에 걸렸다. 처음에는 목 주변에 뭐가 빨갛게 올라오더니 작게 군집을 이뤘다. 그냥 여드름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는데, 군집의 크기가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는 뉴스 화면에 보일 정도가 됐다. 피부과를 찾아갔다. 병을 .. 2021. 8. 30.
<111호> 미진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저는 생명이 있는 한 느낌과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우리가 열린 감각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문제죠.”- 중에서 무더위를 빌미로 주말 내내 바람이 가장 잘 통하는 거실 바닥에서 꼼짝없이 드러누워 지냈습니다. 방바닥에 누워 생각했습니다. 나는 나에게 걸어오는 수많은 감정을 얼마만큼 받아드리며 살고 있는지, 나의 감각은 어느 곳을 향해 열려있는지. 2021.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