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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660

미진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내가 먹을 죽을 끓이는 엄마 옆으로 다가가 요즘은 별일 없냐고 물었다. 아플 때나 친정집에 오는 게 미안한 마음에 건넨 질문이었다. 엄마는 해맑은 표정으로 며칠 전 코앞에서 친한 동료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장면을 보았다고 했다. 청심환을 두 병이나 먹었고 회사에서 자주 있는 일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엄마는 정말 괜찮을까? 궁금했지만 더 물어볼 수 없었다. 아마 엄마는 다음 날 아무렇지 않게 출근하는 데 문제가 없을 만큼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을 것이다. 누군가의 일상은 괜찮아서가 아니라 괜찮기 위해 흘러간다. 신이 아닌 나는 그저 그들의 일상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짊어지기를 선택한다. 2022. 1. 26.
<117호> 무해한 덕질을 꿈꾸며_ 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새해 벽두부터 뜬금없이 ‘덕질’ 이야기를 해본다. 덕질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이미 국어사전에도 등재가 되어있다. (사전에 올라있는 건 글을 쓰기 위해 찾다가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다!) 덕질은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뜻한다. 덕질의 대상은 사람부터 작품, 취향, 물건 등 무엇이나 될 수 있다. 나에게 덕질이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이나 공연, 방송 영상을 찾아보거나 응원하는 배우의 작품을 감상하는 소소한 활동이지만, 일상에 활력을 주는 재미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덕질의 대상은 얼마 못 가 계속 바뀌는데, 이 때문에 나의 덕질을 진짜 덕질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나름 소중한 나의 덕질 라이프가 최근 난관에 봉착했다. 얼마 .. 2022. 1. 26.
<117호> 질문_잔디 나는 늘 궁금했다. 슬픔 없는 곳은 어디에 있는가? 상처 없는 밝은 영혼은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내가 가닿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나는 누구일까? 사람이 사람을 진정,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인 걸까? 나의 기나긴 슬픔은 어디에 도착하여, 어떻게 끝날 것인가? 그 끝이 있기나 한 걸까?... 한 생각은 다른 생각을 끌고 여기로 걸어 오고, 그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끌고 나를 저기로 데려갔으며, 그곳에서는 또 다른 생각이 달음박질 쳐서 급하게 이어져 결국에는 내가 더 노력해야하고, 그래서 완벽한 어떤 것을 계획하고,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조용히 숨죽이며, 완벽해져야한다고 다그치며, 완벽해지려고 안간 힘을 쓰고, 그래서 그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렇게,.. 2022.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