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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740

<제80호> “삶이란, 주룡처럼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투쟁하는 것”_이수희(회원,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컨베이어 벨트에 사람이 끼어 죽었다. 시신은 여기저기로 흩어졌고 수습도 한참이나 지나서 했단다. 너무나 어둡다고 작업장 좀 환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당해 휴대폰 불빛에 의지하고 본인이 구입한 손전등으로 작업을 했단다. 그의 유품에서도 컵라면이 나왔다. 석탄 먼지 가득한 곳에서 주린 배를 컵라면으로 채워가며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 홀로 거대한 컨베이어벨트 앞을 지켰을 그를 생각하니 눈물이 솟구친다. 그렇게 사람이 또 죽었다. 아주 오래전 일도 아니고 바로 지금 말이다.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 씨의 죽음은 너무나 참혹하고 참담하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자꾸만 질문하게 되는 죽음이다. 왜 세상은 좋아지지 않는 것일까. 왜 노동자들은 여전히 제 목숨을 내건 투쟁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2019. 10. 22.
<제80호> 기억_잔디(允) * 심심한 집에서, 고양이 다섯 마리에게 저마다 이름을 붙여주고, 기르던 아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몸이 점점 부어와 결국에는 백 킬로그램 가까이 된 몸 휠체어에 기대어도, 삶의 이곳저곳 여러 손길에 기대어도, 작은 부딪힘이 두려워 조심해 주기를 부탁하던 아이가 일주일 만에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다. 태어날 때부터 병을 갖고 있어 열 살까지는 살 수 있다고 병원에서 들었다던 아이는, 열일곱 해를 살았다 떠나기 일주일 전, 서로 하고 싶은 활동을 한 가지씩 하고나서 작은 쿠키 몇 조각을 서로 먹겠다고 농담하였으며, 코끼리 아저씨 가사를 바꾸어가며 부르곤 웃기다고 낄낄거렸다. 다음 만남에는 무엇을 하자며, 어두워지니 옷깃을 한껏 여미고, 무릎담요를 둘러주고, 안녕하였다. 그러고는...... 수.. 2019. 10. 22.
<제80호> 햇살, 나에게 묻다_하재찬(회원) 햇살 슬며시 옆에 앉으며 잘 지내고 있느냐? 해야 할 일 하느냐? 사랑할 사람 사랑했느냐? 머뭇거리니 다시 묻는다 눈 감아야 할 것 감았느냐? 입 열어야 할 것 열었느냐? 이번엔 머뭇거릴 틈도 없이 아파할 것 아파했느냐? 향유할 것 향유했느냐? 잠시 기다리고는 햇살 조용히 일어나며 다시 묻는다 사랑 받을 사람에게서 사랑 받았느냐? 어깨를 토닥이고는 사람들 틈으로 시나브로 사라집니다. 2019.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