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740 나는 끝까지 나를 나는 끝까지 나를박현경 (화가, 교사) 이삿짐을 싼다는 건 힘든 일이다. 물건 하나하나를 집을 때마다 거기 깃든 추억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일요일인 오늘, 관사 퇴거 작업을 했다. 2023년 7월 1일부터 현재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월, 화, 수, 목, 금요일을 지낸 방이다. 먹고 자고 고민하고 그림 그리던 이 공간에서 나의 흔적을 지워 내는 건 시간도 힘도 많이 드는 일이었다. 여행 온 것처럼 단출히 지내리라 마음먹었었는데 그동안 쌓인 책이며 옷이 왜 이리 많은지……. 책을 한 권 들어 올릴 때마다 그 책을 사던 날의 기분, 그 책을 읽다가 했던 전화 통화 따위가 자꾸만 떠올랐다. 옷을 한 벌 집어 들 때마다 그 옷을 입고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그때 내가 그 사람을 사랑했는지 미워했.. 2025. 2. 25.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사람이 생기면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사람이 생기면 이은규 나는 어릴 적 두 번의 버려짐을 잊지 못한다. (두 번 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에게 다가왔던 사람을 잊지 못한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버려졌었고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에 의해 구조되어 생존했다. 그래서일까 버려진 사람들의 마음을 본다. ‘사람이 없는 사람’을 본다.당해봐서 겪어봐서 안다. 당장에 현실적 도움을 받을 수 없어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기운이 돌고 체온이 따뜻해진다는 것을,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아주 큰 위로와 격려가 된다는 것을 안다. 내 곁에 사람이 있음에 안도한다. 나는 ‘타인들이 보여준 친절을, 그들이 어떻게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로 인해 살아가고 있음을’ 안다.울고.. 2025. 2. 25. 경이, 도경 경이, 도경잔디 고등학교 3년 내내 경희와 한 반에서 지냈다. 경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두 명이어서 우리는 3번 경희, 4번 경희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 사람은 보통의 키보다 작은 키였고, 한 사람은 매우 큰 사람이었다. 한 사람은 우리 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소매와 바지 자락을 걷고 관여하는 사람이었고 한 사람은 그런 그를 말 없이 돕거나 지금은 오지랖을 멈출 때야 라고 눈빛으로 기어를 변환해 주는 사람이었다. 그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를 때 안전지대 같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5번 김도경이었다. 김도경은 우리 반에서 눈싸움의 1인 자였는데,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상대가 눈을 끔뻑할 때까지 결코 눈을 감지 않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자였다.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눈싸움 시작과 동시에.. 2025. 2. 25.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 2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