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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793

아무 노력 말아요 아무 노력 말아요박현경 (화가, 교사) 아무 노력 말아요버거울 땐 언제든나의 이름을 잊어요꽃잎이 번지면당신께도 새로운 봄이 오겠죠시간이 걸려도그대 반드시 행복해지세요‘눈사람’ 가사 (아이유 작사, 제휘 작곡, 정승환 노래) 나에게 올해의 노래는 ‘눈사람’이다. 가사가 좋아 듣고 또 들었다.  “아무 노력 말아요.” 나에게 가장 힘이 된 문장이다. 호랑이 기운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가 현실의 벽에 세게 부딪혀 한동안 날개가 꺾여 있었던 내게 정말 힘이 된 말은 “잘할 수 있어.”도 “잘될 거야.”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세요.”였다.  7월, 음성지회장으로서 음성교육지원청의 단체협약 위반에 대응할 때였다. 몹시 지쳐 있었지만 어떻게든 이 상황을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힘들어 누가 툭.. 2024. 12. 26.
펠프미 - 채식주의자를 읽고 2 인간과 폭력과 존엄을 생각해보다.이재헌  채식주의자>에서 영혜는 피가 떨어지는 생고기를 먹는 꿈을 꾸고 고기를 멀리한다. 그러한 영혜를 가족들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너무나 폭력적인 우리 사회는 자연도 사람도 착취해야만 유지되는 시스템이다. 그 속에서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육식에 거부가 일어나는 것도 무리가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이런 감수성은 우리가 고민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줄 수 있지만 뿌리 깊은 가부장제에서, 자본지상주의에서 착취와 폭력을 멈추는 행위는 반란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무불꽃>에서 영혜는 영양섭취를 멈추고 나무가 되려 한다. 폭력을 행하지 않는 존재로 나무를 그린 듯하다. 우선 동의가 되지 않는 사소한 부분이 있다. 나무가 동물과 반대로 온전히 비폭력.. 2024. 12. 26.
연말결산 연말결산잔디 올해 늦여름, 문득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쓴 커피가 혀에 닿고 목구멍을 지나 식도를 거쳐 위장에 도착했을 때쯤, 몸에서 기억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 이 맛은 스무 살의 봄에 처음 맛본 자판기 블랙커피 맛과 닮았다. 물론 향은 에스프레소 쪽이 짙고 목 넘김도 훨씬 감미로웠으나 스무 살의 그해 봄, 아직 겨울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그때, 커피 맛을 잘 모르면서도 햇살 들어오는 동아리방에 혼자 앉아서도, 엄마랑 여섯 시간 떨어진 거리에서 처음 살게 되어 느끼는 알 수 없는 두려움 속에서도, 낯선 또래들과의 자유로운 대화에서도 백 원짜리 커피가 주던 잔잔한 위로는, 아직 커피보다 삶이 더 쓰다는 걸 알지 못했던 그때의 나를 지금 여기로 불러온다. 물론 쓴맛과 함께 어우러진 신맛과 약간.. 2024.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