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일꾼의 탐독생활29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눈부시게 불완전한 / 일라이 클레어 은규 일꾼 일라이 클레어는 장애 있는 생명들, ‘몸-마음’을 단순하게 정의했다. “눈부시게 불완전한 많은 존재들 중 하나인 채로, 모든 게 이토록 복잡하고 단순할 수 있을까?”라고. 비장애 중심주의, 이성애 중심주의, 백인 남성중심주의 등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다면 일라이 클레어의 통찰에 수긍할 것이다. 그러나 눈부시지만 불완전한 몸-마음들은 제 눈에 낀 비늘을 벗겨 낼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외려 그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으스대고 추앙하고 있는 세상이다. 장애인과 유색인, 낯선 타자를 비인간화하며 혐오와 차별 그리고 격리와 멸종의 넘쳐나는 사례들을 이 책에서 접할 수 있다. 장애인에게 치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의료 행위는 세계를 비장애 중심주의와 의료산업 복합체의 .. 2023. 10. 26.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를 먹여준 모든 어머니께"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를 먹여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이은규 전쟁 같은 맛은 회고록이다. 어머니의 삶에 대한 딸의 촘촘한 기록인 동시에 인간에 대한 섬세한 연대기다. 혈육으로서 한계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획득하는 까닭은 바로 ‘인간에 대한 섬세한 연대기’이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을 겪은 후에 미군 기지촌 생활과 전쟁 신부로서 미국이민과 조현병을 경험한 어머니의 삶을 회고하는데 자신의 학문적 경험과 이론을 투사하고 있는 이 책은 동시에 필자 자신의 해방을 위한 여정의 성격도 띠고 있다. 어머니의 삶을 반추하며 자기 삶의 여정 또한 매우 솔직하고 꾸밈없이 털어놓고 있다. 어머니의 유산을 통해 딸은 이렇게 성장하는 중이라는 듯이 말이다. 양공주였던 어머니를 거부하지 않고 조현병에.. 2023. 9. 24. 도시에 살 권리 눈뜨고 꿈꾸는 자들이 있고, 눈 감고 사는 자들이 있었다. 도시에 살 권리 – 카를로스 모레노 이은규 일꾼 생각은 질문에서 비롯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기억하건대 내 첫 생각은 ‘나는 왜 태어났을까?’였다. 답을 찾아 수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아직껏 답을 찾지 못했다. 아니 이제는 답 따위를 찾지 않게 되었다. 애초부터 답 없는 생각과 질문을 했다는 것을 알아버렸고 내 생애 시간은 다른 질문을 던질 시간에 도달했다. 다른 질문? ‘어떻게 살아야 잘 죽을 수 있을까?’ 도시에 살 권리를 단숨에 읽어버렸다. 너무 단숨에 읽어버렸기에 기억에 남는 게 없었다. 격한 감동의 쓰나미가 이 책의 순하고 신선한 고갱이 들을 순식간에 삼켜 버렸던 것이었다. 내 머릿속에 지우개는 부지런하다. 기꺼이 또! (맛집이라 또! .. 2023. 6. 23. 이전 1 2 3 4 5 6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