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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호> 그의 꽃자리를 기억함. _ 잔디(允) 진달래꽃 봉오리, 다시, 활짝 반짝이는, 지금, 한달 전에 돌아간, 그를 생각한다. 이숲에 피어있는 꽃이 없는 시절에도, 속절없이, 꽃자리를 남기고 떠난, 함께 앉아, 막걸리 잔 기울일 수 없는 거기로, 여행 떠난, 그가 남기고 간, 소리 없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아주 가끔 조우하던, 그를 자꾸, 생각한다. 이십년 전의 어느 날, 남편이 그와 만났고, 친환경농사를 짓는 마을로 가자하였다. 그곳으로 가서, 농사도 짓고, 마을 어른들과 마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자고 하였다. 어쩌면, 그에게 기대어(그래도, 마음 나눈 사람이 마을에 산다는 것은, 아주 든든하기에…) 그리고 우리는, 그 마을의 작은, 첫 집으로 깃들었다. 가끔 그의 귀틀집 거실에 앉아, 부부 네 명이 마주 보고 앉아, 막걸리와 함께 수다하였고.. 2021. 3. 30.
<107호> 어떤 위로_계희수(회원) 얼마 전까지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사고 직후 서 있기 힘든 허리통증을 시작으로,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목과 손목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예상하지 못한 채로 꼼짝없이 2주를 병원에 갇혀있어야 한다는 건 무진장 답답한 일이었다. 코로나19로 환자의 외출과 면회가 전면 금지되면서 가뜩이나 사회로부터 격리된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한층 더 고립됐다. 도시가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변하는 찰나의 시간을 1년 중 가장 좋아하는데, 올해는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그림 보듯 눈으로 감상해야 했다. 가벼운 차림으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창밖으로 내려다보면서, 밖을 쏘다녀 본 적 없는 사람마냥 청승을 떨었더랬다. 병원 안 감염병 관리는 철저히 이루어졌다. 좁은 4인 병실에서 그마저도 커.. 2021. 3. 30.
<107호> 이주민 아동에게도 평등한 사회권을_서재욱(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과거 지역에서 열린 시민강좌에서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국가를 ‘권리의 원천’이라고 답했다. 강좌에 참석한 분들께는 다소 뜬금없이 들린 모양이다. 국가가 억압과 폭력의 원천이었던 과거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문제는 어떤 국가인지다.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국가는 모든 시민에게 적용되는 ‘사회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국가이다. 여기서 사회권은 ‘약간의 경제적 복지의 보장으로부터 사회적 유산을 완전하게 공유하고 사회의 통념에 따라 문명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모든 권리’를 말한다(T.H. Marshall, 1950).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사회권은 존재하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 2021.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