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1048 <제94호> CJB 부당해고 노동자 이재학 PD의 죽음 앞에서 … 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끝까지 싸울 겁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만난 그가 마지막으로 내게 남긴 말이다.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프리랜서라 불리는 노동자,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재판에서 꼭 이기고 싶다고 했다. 스스로 증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무려 15년을 일했다. 그는 정규직 직원 못지않게 아니 더 열심히 일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여러 번 물었다. 어떻게 그런 대접을 받으며 오래도록 일할 수 있었냐고. 그는 일하는 게 재밌었다고, 사명감을 갖고 일했노라고, 수많은 밤을 회사에서 지새우면서도 힘든 줄 몰랐노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보다 동료들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것도 동료들을 위해서였다. 내가 이 문제를 지역사회에 알리자고 .. 2020. 2. 26. <제94호> 올해에는... _이구원(다사리 장애인자립지원센터 활동가, 회원) 아직 새해 초이고 내가 쓰는 올해 첫 글이라 밝고 희망찬 글을 적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훑어보다 김포에서 일가족이 생활고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기사의 제목은 “1년 새 70여명 ‘일가족 극단적 선택’... 구멍 못 메우는 복지망”이라 적혀 있었다. 지난 한 해 동안 18가구, 7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생활고에 의해 목숨을 버렸다고 한다. 우선 과연 이러한 빈곤이 만들어낸 희생을 극단적 “선택”이라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선택이라는 건 다른 길이 놓여 있을 때인데 과연 그분들에게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얼마나 있었을까?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 소식을 담은 기사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빈곤에 희생되어진 .. 2020. 2. 26. <제94호> 벽제에서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그곳은 벽제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싸늘한 몸이 불구덩이에 들어갔다가 백골과 뼈부스러기가 되어나왔다. 백골은 살짝 힘을 주었을 뿐인데 바스라졌다. 나를 낳고 안았으며 장난치며 씨름을 하던 몸. 가끔은 때리고, 자주 소파위에 누워있었던 몸. 해고 통보를 받은 뒤엔 실없이 웃고, 암 선고를 받은 이후엔 말 없이 창밖을 응시하던 몸. 그 큰 몸이 산소호흡기를 달고 누워있던 중환자실에서는 왜소해보였다. 그리고 그 몸이 산산조각으로 으스러지는 순간은 내가 안주해오던 세계가 부서지기엔 너무 감쪽같이 짧았다. 남은 세 가족에게 닥친 시간들은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생채기를 내었다. 일상을 받치던 커다란 기둥 하나가 무너져 내린 느낌이었다. 그의 몸은 사라졌으나, 나의 의식과 몸은 ‘아빠가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2020. 2. 26. 이전 1 ··· 251 252 253 254 255 256 257 ··· 35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