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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원 - 정호승 나의 소원 정호승 내가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은 철도 기관사가 되는 일이다 서울역에서 승객이 가득 탄 기차를 몰고 멀리 여수나 목포로 떠나는 일이다 신의주로 양강도 백두산으로 떠나는 일이다 내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언젠가 꼭 한번은 가보고 죽어야 하는 인간의 진리의 길을 향해 침목을 깔고 나만의 선로를 놓아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든 새벽에 기관실에 높이 앉아 바다를 향해 달리는 일이다 차창을 스치는 갈매기와 섬들에게 손을 흔들고 바다에 내린 승객들로 하여금 수평선 위를 하루 종일 산책하게 하는 일이다 무인도에도 잠시 머물러 인생의 썰물과 밀물을 오랫동안 바라보게 하고 어느 봄날에 다시 기차를 몰고 평양을 지나 백두산역을 향해 달리는 일이다 백두산이 보이는 기관실에 높이 앉아 천지의 깊고 고요.. 2023. 7. 25.
“지금, 어때?” 툭, 톡, 탁. 잔디 어느 날, 딸 아이가 갑자기 ‘툭’ 말하였다. “ 내가 4, 5학년 때 엄마랑 아버지가 매일 싸워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언제 이혼하려나 불안하기도 했고.” 아, 그랬구나... 힘들었겠네. 말을 건네면서도 내 머릿속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흘렀다. ‘내가 언제 싸웠다는 것이지? 아이들 앞에서 큰 소리 내어 싸운 적이 없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그때의 나는 나와 힘(권력)이 엇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상대들에게 듣기 좋은 말은 자주 건넸지만, 상대가 들어서 불편하다고 여겨지는 말은 내 생각 속에서만 빙빙 돌리는 그런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딸 아이가 3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툭’ 하는 것을 듣고 나서는, 이 이야기가 나에게 걸어오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며칠 동안 곰곰 생각하였.. 2023. 7. 25.
20대 새내기 교사가 죽었다.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에 대한 단상 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인권연대 ‘숨’ 회원) ■ 20대 새내기 교사가 죽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에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 이번에는 교사다. 그것도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20대 새내기 교사다.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에 갑론을박 ‘죽음의 원인을 둘러싼 추측’만이 난무하고 있다. 교사노조는 금쪽이 학부모들의 극성 민원을 교사 혼자 감내해야하는 제도의 문제를 제기하고, 학교 측은 ‘교사의 자발적 희망 업무’로 축소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문제의 본질로서 ‘곪아 썩어 문드러진 교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칼로 도려내려 하진 않는다.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이번 초등교사의 죽음을 대하는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2023.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