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호> 겨울 햇살..._잔디(允)
❆ 입동 지나 어느 날 아침.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았다. 서리 속에서도 오롯이 서 있는, 작은 미역취꽃을, 이른 아침 만나며... 그리 살을게. 그리 살자. 기운 내자,...싶었다. ❆ 지나간 여름날, 강원도 옥수수 맛보라고 보내주신 외할머니께, 아이가 보낸 다정스러운 문자를 혼자 읽으며, 입꼬리가 올라간다. 할머니, 양도 많고 맛있어요. 옥수수 알갱이 하나하나 만큼 감사합니다...라는 짧고 긴 문장을 읽으며, 내 마음에도 퍼져오는 고마움... ❆ 김장하고 난 다음 날, 팔은 뻐근하고, 허리는 욱신하고, 어깨는 무거운데 뜨끈한 아랫목에 등 대고 누우니 더 바랄 것 없다. ❆ 아이와 자전거를 탄다. 초겨울 오후 햇살이 서늘하다. 아이의 손은 찬 바람에 빨갛게 물들었다. 아이가 달린다. 바람을 가르며... ..
2019. 9. 26.
<제66호> 가을편지_잔디(允)
그대에게(BGM은 아이유님의 밤편지...) 가을날, 마음 한 자락 띄웁니다. 엊그제 남편과 딸아이와 막내와 함께 잠시 외출하였어요. 형님네 고구마밭에서 아이들과 고구마 캐는 사람풍경을 보며, 저는 따가운 햇볕 아래 평평한 땅에 한가하게 앉아있었지요. 그러다가는 전봇대 폭 만큼의 그늘을 발견하고는, 그 그늘에 얼굴을 가리고 앉아 풍경을 보았지요. 한결 편안하더이다. 몸을 아주 조금 움직여 전봇대 길다란 그림자를 벗어나면 얼굴에 와닿는 햇살의 따가움, 그늘로 들어오면 여유로움, 따가움, 여유로움, 그놀이를 반복하며 해님과 숨바꼭질, 물드는 산 풍경, 도란거리는 그들의 목소리, 불어오는 바람... 더 바랄 것없는, 가을날, 한가함이었어요. 문득 그아이 생각이 났어요. 이십년이 다되어가는 기억이니 그아이는 스무..
2019.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