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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현경이랑 세상읽기

아이히만! 아이히만!

by 인권연대 숨 2025. 8. 25.
아이히만! 아이히만!
박현경 (화가, 교사)

 

10년간 성실히 일했는데 갑자기 그거 무효!’라면서 그동안 일해서 받은 돈 토해 내라고 한다면? 지난 10년간의 근무 기록까지 삭제한다고 한다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금 충청북도 교육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충주 국원고등학교 내 직업교육거점학교2015년 충청북도교육청의 계획에 따라 식품아트과 2학급으로 설립되어 지금까지 운영돼 왔다. 교육과정 및 학생들의 특수성에 따라 한 학급당 두 명의 교사가 각각 행정담임생활담임으로 역할을 담당하는 복수담임제로 운영돼 왔으며, 설립 초기부터 매년 복수담임제 운영 내용을 포함한 운영 계획서를 충청북도교육청에 제출해 왔다. 또한 도교육청은 도내 고등학교들에 해당 내용을 공문으로 안내해 왔다. 이는 도교육청이 2015년 이후 지금까지 국원고등학교 직업교육거점학교에 학급이 설치돼 있고 복수담임제가 운영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그런데 도교육청은 20256월 종합감사에서 학급 인가 미비’, ‘복수담임제 미인가를 사유로 5년간 지급된 담임수당을 환수하고, 인사기록에서 10년간의 담임 기록을 말소하며, 7월부터는 담임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5년간의 담임 수당 총 환수 금액은 36백여만 원이고, 환수 대상자는 8명이며, 그 중 가장 환수 금액이 많은 2명은 각각 900여만 원을 환수당하게 됐다. 한편, 담임기록 말소 대상자, 즉 지난 10년간 국원고등학교 식품아트과에서 담임으로 재직한 바 있는 교사는 13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지부장 김민영, 이하 전교조 충북지부)722일 화요일 충청북도교육청 감사관 학사감사팀과 면담을 갖고, ‘해당 교사들이 실질적으로 담임 업무를 수행해 왔는데 행정상의 미비점을 이유로 환수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 더욱이 여기서 행정상의 미비점이란 것도 결국 도교육청의 책임 아닌가. 서류상의 미비점이 있다 해도 실제로 학급이 존재하고 담임이 담임 업무도 하고 있다. 학급 인가 및 복수담임제 인가 절차에 행정상의 미비점이 있었다면 이 행정상의 미비점을 보완하면 될 일이지 지금까지의 교육활동을 부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문제 제기를 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충청북도교육청 감사관은 731일 공문으로 829일까지 5년치 담임수당 환수, 10년간 담임기록 말소, 국원고등학교에 대한 기관 주의처분을 못 박아 내려 보냈다. 이는 도교육청의 행정적 미비점에 대한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전가하는 몰상식하고 비겁한 행정 폭력이다. 이 감사결과에 대해 해당 교사들은 지금까지의 교육활동 전부가 부정당하는 느낌이라며 힘들어 했다.

 

현재 환수 조치 대상에 해당하는 교사들 중 전교조 조합원 A 교사는 재심의 요청과 교원소청심사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교조 충북지부는 A 교사가 감사결과에 불복하여 취할 수 있는 조치 및 그 기한 등에 대하여 충청북도교육청 감사관에 두 차례 공문으로 질의하였다. 충청북도교육청 감사관은 이에 대해 한 번은 귀 노조에 회신하기 어려움을 알려드리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일체의 정보 제공을 거부하였고, 다음 번에는 전교조 충북지부가 답변을 요구한 기한을 훌쩍 넘겨 성의 없는 답변을 보내 왔다. 촉박한 기한 속에서 A 교사를 비롯한 환수 대상 교사들이 모두 경제적,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데, 충청북도교육청은 교사들을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신()처럼 떠받드는 규정 나부랭이를 성실하고 꼼꼼하게들이댈 뿐이다. 자신들이 휘두르는 행정 폭력이 얼마나 잔인하게 이 교사들을 고문하고 있는지는 관심조차 없다.

 

전교조 충북지부 사무처장으로서 A 교사와 더불어 이 사안에 대응하며 나는 도교육청 사람들에 대해 몇 번이고 이런 의문을 품었다. ‘혹시 이들은 로봇인가? 우리랑 동족이 맞나?’ 그리고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아이히만! 아이히만!’ 기실 충청북도교육청의 행태는, 아돌프 아이히만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아이히만이 명령에 충실히 복종했듯, 이들은 규정에 적힌 자잘한 문구(文句)들에 충실히 복종한다. 아이히만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듯, 이들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 명령과 규정에 충실히 복종하며 의무를 다하는 것을 너무도 중시하다 보니 자신들의 그 성실하고 꼼꼼한행위가 누군가에게 얼마나 무자비한 폭력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내가 위에 적은 문장들이 너무 심한 비난이었다고 후회하게 되기를, 부디 빠른 시일 내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A 선생님의 재심의 요청에 대해 충청북도교육청 감사관이 제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 주기 바란다. 내가 상대하는 이들이 로봇도 아니고 아이히만도 아니고 진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 또한, 몰상식한 행정 폭력의 피해자인 국원고등학교 직업교육거점학교 선생님들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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