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도로공사 예산에 환호할 것인가?
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인권연대 ‘숨’ 회원)
■ 충청북도 국비 9조원 시대 안착
‘충북도 국비 9.7조원 확보. 청주공항 활주로 용역 포함’
여당인 민주당이나 야당인 국민의힘 할 것 없이 시내 곳곳에 내건 현수막 문구이다. 현수막으로도 모자라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원팀 충북이 이뤄낸 성과’라고 자랑을 한다. 지역 언론들도 대부분 충북지역 현안 해결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수막엔 청주공항 민간항공기 전용 활주로 용역 반영이라는 문구를 빼놓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청주공항 민간 활주로 용역 예산이 빠졌다며 ‘충북홀대론’을 주장했던 국민의힘도 마치 자기들의 치적인 양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너도나도 자기들이 예산을 따온 양 한다.
■ 도로 공사하면 민생이 살아나나요?
‘충북의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과제를 동시에 담아낸 전략적 성취’민주당 청주지역 4명의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9.7조 예산안의 의미를 밝혔다. 청주공항 민간항공기 전용 활주로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 5억원, 카이스트 부설 충북 AI 영재학교 건축비 94억3500만원, 미호강 홍수 예방사업 설계비 5억원, 오송 AI 바이오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용역비 5억원, 국도 17호선 청주 남이 부용외천~양촌 건설 사업비 5억원 등이다. 충북 현안 해결을 위한 국비 예산이 죄다 공사비, 건축비, 용역비 등이다.
‘지자체간 치열한 예산 경쟁 속에서도 민생과 지역발전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확보했다’
이런 식의 지자체간 예산 경쟁이 민생과 지역발전을 위한 거라면 충북보다 충남이 훨씬 우위에 있다. 충남 지역에 반영된 국비 예산은 충북보다 2.6조 많은 12.3조이기 때문이다.
충남이든 충북이든 도민의 삶이 나아지는 데 획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민생예산은 없다. 이런 식의 예산 증액으로 대한민국 곳곳에 도로는 넓어지고, 청주공항처럼 민간항공기 전용 활주로를 확보한다 해도 도민의 삶의 질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오송에 영재학교 설립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빚을 내서라도 영재학교를 보내겠다’는 사교육 과열 현상을 부추길 우려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 감당하기 힘든 부채
매년 지역에 배당하는 국비 예산이 늘어나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은 치적으로 삼기에 좋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 상응해서 불어나는 나라의 빚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처럼 부자 감세 조치로 인한 세수확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써야 하는 예산만 늘어나는 현실을 어떻게 감내할 것인가?
2024년 말 기준 대한민국의 국가채무는 1,172조원, 일반정부 부채는 1,270조8,000억원, 공공부문 부채는 1,738조6,000억원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가계부채는 세계 1위이다. 코스피 4,000을 돌파하지만, 환율은 오르는 상황이다. 고용은 줄고 물가는 계속 오른다. 이대로면 소득불균형은 심화하고 사회적 양극화는 심해진다. 지역간 균형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기본소득, 복지와 같은 필요 요소들도 선택사항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러니 이제라도 국민의 삶의 질을 고려한 예산 운용이 필요하다. 다리 하나 안 놓아도 건물 하나 안 지어도 살 수는 있으나 복지권, 주거권, 노동권 같은 사회권선진국 징표들이 충족되지 못하면 살기 어렵다. 그러니 이제라도 꼭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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