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계절은 언제나 겨울이어야 했다.
엄동설한이 대개의 인간에게 상징하는 바가 있다면 호된 고통이었다.
봄은 낮잠처럼 나른하고 여름은 파리처럼 성가시고 가을은 푸욱 익어가는 계절이었고
그렇게 확신에 차서 맴맴 도는 계절이 영원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언제나 그러할 거라고 진심 믿었었다...
인간의 믿음이란 얼마나 하찮은 결말로 끝나는지 영영 모르고 살고 싶었는데.
백 년도 못 사는 마음이 영원한 믿음을 품는다는 것부터 하찮다.
생애에서 가장 혹독한 여름(살아있는 한 매년 갱신할 혹독함)을 견디고 몸과 마음에 새겨진 빗금이 처절하게 선명하다.
올 여름에는 차라리 죽을 때까지 엄동설한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러다가도 어찌 어찌 살아내고 시간이 흐르니 너무나 뻔하고 말짱한 한 줄기 선선한 바람에 깊은 위로를 받는 참 좋은 날이다.
가을, 오면 가지말아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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