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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

춤추고 노래하는 인생

by 인권연대 숨 2026. 10. 26.
춤추고 노래하는 인생
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

 

 

인생이란 뭘까. 세상에 태어나 커가는 해인이를 키우면서 역설적으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자주한다. 삶을 이제 막 시작하는 아이는 모두에게 시작이 있었음을 알려주기도 했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모든 생명은 죽는다.

 

어쩌면 폭발 직전인 것만 같은 이 세계가 그래도 유지되는 것은 ‘죽음’이라는 유한성 때문은 아닐까. 다만 우리의 존재는 ‘참을 수 없이 가볍’지만, 존재만으로 지구의 다른 존재들에게 끼치는 해악은 지나치게 무거워진 오늘날의 현실은 새로운 삶의 모습과 윤리를 요청한다.

 

해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새털처럼 가벼운 삶을 중량에 맞게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안돼!” 아내와 내가 해인이의 충동을 제어하면, “으앙!”하고 크게 울고 떼쓰다가도 오래가지 않아 방긋 웃으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요즘에는 “많이 많이 사랑해”, “아~ 행복해”라는 감정 표현을 자주 하고, “무서워, 무서워”라는 말도 자주 한다. 자기 앞에 펼쳐진 세상을 예민하게 느끼고, 반응하는 해인이가 신기하고 기특하기만 하다.

 

해인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어깨를 흔들흔들, 엉덩이를 씰룩댄다. 얼마 전에는 두부를 먹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디언들의 춤을 연상시키는 춤을 췄다. 샤인머스켓을 먹고는 손목을 이리저리 굽혔다 펴면서 팝핀 댄서처럼 리듬을 탔다. 타고난 춤꾼인가. 음악이 나오면 자동으로 골반을 흔들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언제가부터는 자장가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자장 자장~”이라고 내가 선창하면 해인이가 “우리 아가~”라고 따라부르는 식이었다. 혼자서 따라부르던 소절이 늘어나더니 지금은 노래 전체를 혼자서 부른다. 운전석 뒷자리 카시트에서 메들리를 부르고 있는 해인을 보노라면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어느덧 해인이는 두 돌을 앞두고 있다. ‘키즈노트’에 올라오는 어린이집에서의 해인의 모습은 놀라울 따름이다. 엊그제 해인이 다른 여자 아이와 입술을 내밀고 입을 맞추고 있는 사진이 올라와 모두의 경악을 샀다.


춤추고 노래하고, 마음껏 웃고, 우는 해인이를 보면서 충만한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서 조금 더 너그럽고, 가볍게 여겨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어쩌면 어른들의 고민은 늘 자기 삶의 실제 무게가 어떠한지 가늠하고, 그 무게에 맞게 자신의 삶을 조정하는 데 있지 않을까 싶다.

 

해인이네 가족은 11월이 되면 청주에서 음성 금왕읍으로 이사를 간다. 해인이는 분명 음성에서도 행복하게 잘 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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